물가에 이어 경제성장률까지 오름세가 커지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은 ‘2025년 3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잠정치로 1.3%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1.2%)보다 0.1%포인트 올라간 수치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다.
성장률뿐만 아니다. 앞서 2일 국가데이터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 상승률(2.4%)과 동일한 수치로, 한은의 물가 목표치(2%)를 상회하는 숫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이 다시 살아나는데, 물가 상승률까지 확대하면서 금리를 더 낮추기 어려운 분위기가 돼 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 불안과 수도권 집값 상승 분위기도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1.6%에서 1.8%로 올려 잡았다. 또 내년 물가상승률도 기존 예상치(2.0%)보다 올라간 2.1%로 전망했다. 최근 원화 가치 약세(환율은 상승)가 커지고 있는 만큼,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는 더 커질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한은의 입장도 최근 크게 바뀌었다. 한은은 지난달 공개한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는 문구를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바꿨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금리 인하를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성장률이 회복된다는 것은 전체 경제에는 좋은 신호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중단으로 일부 한계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성장률 상향으로 한은 금리 인하 중단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3일 국고채 5년 물은 전 거래일보다 0.035% 오른 연 3.246%를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019% 오른 연 3.041%를 기록하면서, 지난 1일(연 3.045%) 달성한 연중 최고치 턱밑까지 올랐다.
시장 금리가 치솟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발행 예정이었던 2400억원대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 1분기(1~3월)로 미뤘다. KCC글라스도 1500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조정했다. 금감원 따르면 10월 회사채 발행 실적은 전월 대비 16.6%(4조7132억원) 급감한 23조611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BBB 등급 이하 비우량기업의 10월 회사채 발행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과 펀더멘탈 여건을 고려할 때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재료는 거의 없다”면서 “금리 인하 마무리 이후 인상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