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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李 면전서 "사법제도 개편 공론화 거쳐 신중히 해야"

중앙일보

2025.12.03 00:37 2025.12.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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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2·3 계엄 사태’ 1주년을 맞은 3일 5부 요인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정치권의 시선은 특히 이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만남에 쏠렸다. 여권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사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회동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만남은 이 대통령이 이날 앞서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에 관해 “국민 여론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우리 입법부가 잘 행사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전담 재판부가 필요한 이유를 조희대 사법부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한 직후 이뤄졌다. 우원식 국회의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오찬에 앞서 진행된 기념 촬영에서 이 대통령이 “보기 어려운 분들을 6개월 만에 보게 됐다”며 인사를 건네자 조 대법원장은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모두 헌정 질서를 지키는 책임 있는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오늘 만남의) 의미가 각별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는 순방 결과도 말씀드리고, 국정 운영 상황도 말씀드리며 조언을 듣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자주 모시겠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경제 김범준 기자

이어 “비상계엄 관련 재판은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우원식 국회의장), “내란 심판이 지체되면서 국민 염려가 커지고 있다”(김민석 국무총리) 등 12·3 계엄과 관해 사법부 책임을 강조하는 참석자들의 모두발언이 이어졌다.

그러자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그것이 반헌법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계엄 관련 재판에 대해 “현재 법원에서 관련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어 대법원장으로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개별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관한 1심을 진행 중인 ‘지귀연 재판부’ 등을 불신해 별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현 재판부에 힘을 실은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제도 개편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계신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사법부 구성원들도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헌법적 사명을 다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물론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개별 재판의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는 3심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한 심리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과 신뢰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법제도 개편안 중 하나이자 사실상의 4심제란 논란이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조희대 대법원장,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2025.12.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경제 김범준 기자
모두발언에서 묘한 긴장감이 일었던 것과 달리 이날 오찬은 1시간 40분 가량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재의 헌법교육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참에 헌법교육 인력과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계엄 단초가 된 부정선거론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노태악 선관위원장)는 건의에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기본이 헌법과 선거라면서 구체적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서 건의해달라”고 답했다. 김민석 총리도 “내각에서도 헌법과 선거교육 지원하는 방안 찾아보겠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관련 브리핑에서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패'가 공개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 지난해 12월 3일 계엄군에 의해 부서졌던 국회 집기들을 재활용해 만든 '기억패'를 전달 받았다. 2025.12.3/뉴스1

조 대법원장은 “자질이 우수한 법관들이 민간으로 자리 옮기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며 법관 처우 개선을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판결은 최고 최종의 결론이란 점에서 판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 안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우 의장은 이날 이 대통령에게 ‘빛의 혁명 1년’이란 기억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기억패는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부서진 목재 집기를 활용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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