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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하브 판매 '껑충' 뛰었지만, 웃기엔 시기상조 왜

중앙일보

2025.12.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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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투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연합뉴스
현대차·기아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HEV)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대대적인 HEV 판매 드라이브를 걸면서 내년부터 격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1월 현대차·기아 합산 HEV 미국 판매량은 3만6172대(현대차 2만377대+기아 1만5795대)로 지난해 11월 2만4296대보다 48.9% 증가했다. 월간 판매량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 팰리세이드(3405대)·엘란트라(국내 판매명 아반떼, 2208대)·싼타페(5664대), 기아 니로(5040대)·스포티지(6385대) 등 가성비 세단이나 실용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HEV 모델이 많이 팔렸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4618대로 지난해 11월보다 58.9% 줄었다. 지난 10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가 종료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HEV로 옮겨온 측면이 강하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부사장은 오토모티브뉴스에 “우리는 HEV 라인업을 확대해 전기차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건강검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내연차 우대 정책을 지속할 뜻을 밝힌 점도 변수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정해진 내연차 연비규정(2031년까지 갤런 당 50.4마일·리터 당 약 21.4㎞)을 완화하는 안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한다. 연비 강화를 위한 기계장치가 덜 필요하기에 제조사가 합리적인 가격에 HEV를 내놓을 수 있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보다 싸고 내연차보다는 경제성이 있는 HEV를 선택할 유인이 커진다.

문제는 전통적인 HEV 제조 강국인 일본 완성차 업계가 한 발짝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토요타는 내년부터 라브4의 내연기관 모델을 단종하고 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만 판매할 예정이다. 라브4는 올해 1~9월 35만 8134대가 판매돼 포드 F-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에 이어 미국 판매 3위를 기록한 인기 차종이다. 토요타는 라브4 기본가격을 3만1900달러로 현대차 투싼HEV(3만2200⁠달러)보다 낮게 책정했다.

토요타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라브4 하이브리드. 사진 토요타

토요타는 켄터키, 인디애나, 텍사스 등의 공장에서 라브4, 캠리, 시에나 등의 HEV모델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15%) 부담이 없다. 토요타는 미국 내 총 11개 생산공장(2024년 127만대 생산)을 보유 중인데, 9억1200만 달러를 투자해 HEV 라인을 현대화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혼다·닛산·미쓰비시자동차도 미국에서 차량을 공동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닛케이는 “미국 HEV 시장은 올해 2분기 기준 일본 완성차업계가 70%, 현대차·기아가 7%의 점유율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 현대차·기아가 매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일본 완성차 업계도 이에 대응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건은 내년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싼타페HEV 등 일부 모델을 제외한 엘란트라HEV 등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해 관세(15%) 부담이 있다. 이에 내년 준공되는 조지아주 신공장(HMGMA)에서 인기 HEV를 생산해야 하지만, 국내 생산물량이 이전되는 것이기에 노조와의 협의가 불가피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현지 생산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면 일본 완성차의 물량전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략 모델 출시, 노조 설득을 통한 빠른 물량 이전 등을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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