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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책임도 없다…'미국인 방패' 김범석, 청문회 열릴까

중앙일보

2025.12.03 01:20 2025.12.0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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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활동가들이 3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입주 건물 앞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3770만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쿠팡의 창업자이자 실질 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국회에서는 ‘김범석 청문회’ 개최 요구와 김 의장에 대한 고발·체포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 4명 중 3명이 피해를 입은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김 의장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비판에서다.



‘김범석 청문회’, 가능할까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정무위원들은 김범석 의장의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쿠팡Inc.는 쿠팡의 지분을 100%를 갖고 있고, 김 의장은 쿠팡Inc. 의결권을 74% 넘게 보유하고 있다”며 “쿠팡의 전체 매출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데도 미국 국적, 미국 상장사라는 이유로 국회 부름에 답하지 않는다.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질의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당국이 고발하고,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박대준 쿠팡 대표가 경찰 수사를 핑계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곧 여야 간사 합의로 청문회 날짜를 잡겠다. 실질 소유자 김범석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했다. 전국 194개 지역 단체가 소속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김 의장은 즉각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쿠팡은 그간 김 의장의 국적이 미국이고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법인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국내 법의 규제를 피해왔다. 공정거래법상 국내 대기업집단의 대주주 등이 동일인(기업집단 총수)으로 지정되면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가 생기는데 김 의장은 4년 넘게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규정을 들어 통상 마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앞세워 방어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논의 당시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적용 범위와 달리 국정감사, 청문회 소환의 경우 미국 국적, 미국 기업이라는 게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0월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 대표이사, 앤드류 우레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윌슨 화이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대외정책총괄 부사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하지 않았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의장을 청문회에 소환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기업의 의지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직접 수습 나선 총수들

그간 국내 기업 총수들은 대형 사고 발생시 여론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직접 나서 사과를 했다. 지난 5월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대해 사과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5년 부회장 시절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의 진원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했다.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당시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지난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자 과방위 국감에 출석하고, 직접 사과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2020년, 충남 대산공장 화재), 정몽규 HDC그룹 회장(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강당 붕괴) 등도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총수가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다.




‘책임은 회피’ 여론 악화

한국에서 사실상 모든 매출을 올리는 쿠팡의 창업자 김 의장이 위기 때 마다 미국 본사 중심 지배구조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해 11월 주식을 처분해 5000억원은 현금화하고, 이 중 200만주(약 672억원)는 미국 자선기금에 기부해 논란을 샀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미국 내에 기부를 해야 대규모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쿠팡은 “기부금 배정과 운영 등 실무 진행을 위한 기부금 운영 계정이 미국에 있을 뿐”이라며 “국내 의료기관과 종교단체 등에도 지속적인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로사 문제 등 국내에서 경영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크다.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직후 한국 법인 등기 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법적 책임 선상에서 배제돼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에 대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소비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식 사고에 근거한 ‘법대로 하라’는 대응 태도는 한국식 사업에 맞지 않는다. 직접 나서 빠르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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