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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우회' DMZ 출입 법안 추진에...유엔사 "정전협정은 구속력 있는 틀" 반박

중앙일보

2025.12.0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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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외교통일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에 대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유엔사가 아닌 정부의 허가만으로 비무장지대(DMZ)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권의 법률안을 공개 지지하자,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가 “정전 협정은 구속력 있는 틀”이라며 사실상 반박했다. 진보 정부 때마다 DMZ 출입 허가 여부를 놓고 유엔사와 정부는 갈등을 빚었는데, 이런 마찰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과 관련한 입법 공청회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지금까지 분단 80년, 또 비무장지대가 생긴 지 72년 동안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그 지역의 출입조차 통제 당하는 이 현실을 보면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얼마 전에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백마고지 유해 발굴 현장에 가는 걸 불허당했다”고 밝히며 “이런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 의식”이라고도 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문이 무산된 건 정 장관이 처음 밝힌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선제조치로 최근 DMZ 남측 지역의 백마고지 등에서 단독 유해발굴을 실시했다.

정 장관은 유엔사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날 그의 발언은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하는 주체인 유엔사가 DMZ 출입을 까다롭게 통제한다는 작심 비판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앞서 여권에선 8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의 대표 발의로 DMZ 이용을 원활하게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일부 법안에는 “통일부 장관은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위해 출입하거나 물품·장비의 반입·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불구하고…출입 및 반입 등을 허가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이는 정부 판단에 따라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를 건너 뛰고 출입이나 반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된다.

유엔사는 즉각 반발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정전 관리 지역에 대한 민간·군사적 접근을 모두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틀로 남아있다”면서 “정전 체제의 집행 기관으로서 유엔사는 안전, 규정 준수 및 지역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확립된 절차에 따라 모든 출입 요청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의 출입 불허 역시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이란 설명으로, 여권이 예외를 적용하려 하는 정전 체제의 구속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유엔사는 이어 “공동의 안보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조율된 평화 구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역시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에 대해 유엔사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보 정부에서 유엔사와 정부 간에 갈등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는 2018년에는 남북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가 지연됐고, 2019년에는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대북 지원 시도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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