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인공지능(AI) 기업 주가가 너무 높다며 급격한 조정을 경고했다. 닷컴 버블때와 달리 AI 기업들은 실적이 나오고 있지만 반도체칩 구매와 데이터센터 설비를 위해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BC 등에 따르면,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FPC)는 2일(현지시간)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많은 위험 자산, 특히 AI 기술 기업의 가치평가가 상당히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주식 시장을 닷컴 버블에 빗대며 경고하기도 했다. 영란은행은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 가치가 닷컴 버블 이후 가장 고평가된 수준에 근접한다. 영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급격한 조정(sharp correction)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당시 인터넷 관련주 폭락)과 유사한 점이 있다"며 "그때와 달리 현재 AI 기업들은 실제 현금 흐름과 수익을 내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승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도 "AI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칩 확보 경쟁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며 "전체 투자금 절반 가량은 외부 자금 조달, 그중에서도 주로 부채를 통해 충당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기업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 이들에게 자금줄을 댄 은행과 사모펀드 등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영란은행의 경고다.
최근 미국 AI 기업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거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연금기금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수십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스탠더드라이프, 네스트 등은 미국 주식 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주가 하락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