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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링크에 갇힌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 동상…유족 분노

연합뉴스

2025.12.0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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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동부 도시 시장 "파바로티 동상과 하이 파이브" "파바로티 조롱…존중 결여" 유족 항의에 시장 사과
아이스링크에 갇힌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 동상…유족 분노
이탈리아 동부 도시 시장 "파바로티 동상과 하이 파이브"
"파바로티 조롱…존중 결여" 유족 항의에 시장 사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이탈리아 한 도시에 세워진 세계적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동상이 겨울철 아이스링크 공사 도중 우스꽝스럽게 갇히는 바람에 유족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탈리아 동부 페사로시는 도시 중앙 광장에 겨울철을 맞아 아이스링크를 설치했다.
이 광장엔 2007년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실물 크기 기념 동상이 있는데 아이스링크 설치 때문에 사실상 '갇힌' 상태가 됐다. 더구나 동상의 무릎 아래부터는 기초공사 시설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이 동상은 사망 전까지 이 도시에 별장을 두고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낸 파바로티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4월 세워졌다.
페사로시의 안드레아 비안카니 시장은 후폭풍을 생각지도 못한 채 공사 현장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아이스링크를 찾는 사람들이 동상과 '하이 파이브'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바로티 동상이 하키 스틱을 들고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합성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파바로티의 부인 니콜레타 만토바니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 매체에 "사진을 봤는데, 시 당국이 이런 결정을 한 건 형편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한쪽에선 그를 기린다면서 다른 쪽에선 그를 조롱하고 있다. 이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존중의 결여일 뿐만 아니라 상식의 결여이기도 하다"며 동상 주변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한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그곳에 아이스링크를 만들고 싶었다면 동상을 옮기거나 다른 곳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었어야 한다"면서 "이런 어정쩡한 절충은 루치아노를 우스꽝스럽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안카니 시장은 유족의 항의에 "실수를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시장은 "그에게 무례를 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파바로티의 동상이 손상되거나 스케이트장 바닥에 그대로 묻혀있지 않도록 보장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이스링크 개장일이 이번 달 6일로 임박한 데다 동상을 옮기는 건 너무 큰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는 이 소식을 전하며 파바로티가 "잘못된 장소에 떨어진 연극 속 인물처럼 이제부터는 스케이터들의 춤을 지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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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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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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