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로 이끈 외국인 투수 듀오 코디 폰세(31)와 라이언 와이스(29)가 나란히 메이저리그(MLB) 구단과 계약을 눈앞에 뒀다. 한 팀에서 뛴 외국인 투수 둘이 동시에 빅리그로 향하는 건 처음이다.
ESPN은 3일(한국시간) “한화 출신 오른손 투수 폰세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3년 총액 3000만 달러(약 440억원)에 입단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폰세는 올해 한화에서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받았는데, 1년 만에 ‘몸값’이 30배 뛰었다. 이어 MLB닷컴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담당하는 브라이언 맥타 기자는 소셜미디어(SNS)에 “휴스턴과 와이스가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썼다. MLB 선수 계약과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와이스와 휴스턴의 계약 규모는 1+1년 최대 1000만 달러(약 147억원)”라며 “내년 260만 달러(약 38억원)를 보장받고, 시즌 뒤 구단이 1년 계약 연장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스의 올해 연봉은 폰세에 조금 못 미치는 95만 달러(약 13억9000만원)였다. 그 역시 10배 넘는 돈을 받게 돼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폰세의 MLB행은 예견된 일이다. 올해 다승(17승)·평균자책점(1.89)·탈삼진(252개)·승률(0.944) 타이틀을 휩쓸며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MLB 경력은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15경기에 등판한 게 마지막인데, KBO리그를 ‘지배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빅리그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폰세의 새 행선지가 토론토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가 “우리 형”으로 부르며 따르던 류현진의 마지막 MLB 소속팀이 토론토다. 예전부터 류현진 팬이었던 폰세는 한국에 온 뒤에도 매일 밤 미국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류현진의 토론토 유니폼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한 팬이 토론토 홈 유니폼을 구해 선물하자, 폰세는 더그아웃에서 류현진의 사인을 받으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제 폰세는 옷장에 걸린 ‘류현진’ 유니폼 옆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토론토 유니폼을 나란히 걸 수 있다.
와이스는 굴곡진 야구 인생을 거쳐 ‘빅리그 데뷔’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 그는 지난해 중반까지도 마이너리그는커녕 독립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됐지만, 빅리그 마운드는 밟지 못하고 방출됐다. 2023년에는 대만 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5경기 만에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결국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고 ‘이번 시즌이 끝’이라는 마음으로 독립리그를 전전하던 참이었다.
때마침 다른 선수를 보러 미국에 갔던 한화 스카우트팀이 바로 옆 보조구장에 들렀다가 마운드에 있던 와이스를 발견했다. 심지어 얼마 뒤 기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한화는 ‘6주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다. 한화는 와이스를 떠올리고 한국에 불렀다. 역대 처음으로 정식 선수 계약까지 성공한 그는 올해 재계약까지 해냈다. 올 시즌 성적은 16승(5패), 평균자책점 2.87, 207탈삼진. ‘에이스급’ 활약을 발판 삼아 야구 인생의 새 장을 열게 됐다.
올 한해 둘의 통역을 맡았던 김지환 씨는 “(두 선수의 좋은 소식에) 한 시즌 고생한 게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SNS에 특별한 작별 인사를 남겨준 폰세와 ‘나랑 연락 끊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던 와이스가 모두 고맙고 그리울 것”이라며 “리그 최강 원투펀치와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다시 한번 두 투수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