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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 크리스마스’…보사노바 뮤즈 다시 한국에

중앙일보

2025.12.0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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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오노가 6일과 10일 울산과 서울에서 ‘보사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캐롤 외에도 상록수 등 한국 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사진 플러스히치]
아버지는 음악을 사랑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며 유명 기타리스트 바덴 파웰(1937~2000)의 에이전트 일을 도맡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기타를 잡은 소녀는 생일 축하 노래를 녹음해 친구에게 선물했다. 녹음된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어색하면서도 좋았고, 그 때부터 가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사노바의 뮤즈’ 리사 오노(63)의 어릴 적 이야기다. 포르투갈어로 새 물결이란 뜻의 보사노바는 브라질에서 기원한 음악으로 삼바 리듬을 기반으로 한다. 그의 1999년 음반 ‘드림(Dream)’은 보사노바가 낯설던 아시아 지역에서만 2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에선 ‘아이 위시 유 러브(I wish you love)’, ‘유 아 마이 선샤인(You are my sunshine)’ 등 그가 보사노바로 편곡한 팝송, 재즈들이 광고에 쓰이며 사랑 받았다.

지난 5월말 한국에서 13년만의 단독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켰던 그가 6개월 만에 돌아온다. 오는 6일과 10일 울산과 서울에서 ‘보사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내한을 앞두고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관객들에게 보사노바로 변주된 캐롤로 아름답고 로맨틱한 밤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지난 5월 공연에 이어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도 연주할 예정이다.

12살에 브라질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10대 후반부터 클럽을 돌며 노래하던 오노는 음반사 ‘MIDI’에서 녹음 제의를 받으며 첫 앨범 ‘카투피리(Catupiry, 1989)’를 발표했다. 당시 일본에서 제3세계 음악 붐이 불면서, 오노는 곧장 보사노바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보사노바의 전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과의 인연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1994년 그의 곡 ‘에스트라다 블랑카(Estrada Branca)’을 부르고 싶다는 요청으로 시작된 인연은, 조빔 사후 발매된 앨범 ‘보사 카리오카(Bossa Carioca, 1998)’까지 이어졌다. “조빔은 정말 친근하고 즐거운 분이었어요. 그의 집 큰 나무 옆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새들이 지저귀는 가운데 함께 노래한 기억은 정말 잊히지 않아요.”

그는 인터뷰에서 대를 이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제 딸은 한국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를 좋아하는 여고생이에요. 덕분에 공연이 없을 때도 한국에 종종 오죠. 제 할아버지는 2차 대전에 참전했었는데, 당시 부상을 입은 한국인 병사를 돌봐 목숨을 구했다고 해요. 그게 주일 대사 등을 지낸 고(故) 최경록씨입니다.”

어느덧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젊은 시절에 멈춰있다. 포근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쿼트, 조깅 같은 운동도 필요하지만 잘 자는 것, 기분 좋게 생활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내년엔 조빔 탄생 100주년 기념 앨범도 발표한다. 8년 만의 신보다. “보사노바의 매력은 잔잔한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하모니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녹음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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