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시전역에 설치된 수백대의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license plate-reading cameras)의 활용과 관련해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경찰측 입장과 사생활 침해나 오용될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고 달라스 모닝 뉴스가 1일 보도했다.
달라스 경찰국장 대니얼 코모(Daniel Comeaux)가 정식 부임한 첫날 해가 뜨기 몇 시간전, 페어 파크 인근에서 휠체어에 탄 노인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틀 뒤, 코모 국장은 웨스트 오크클리프의 사건 용의자 자택 앞에서 여러 경찰관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곳에 이르기까지 수사관들이 활용한 도구 중 하나—도시 전역에 설치된 번호판 인식 카메라 네트워크—에 대해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코모는 몇 달 뒤, ‘경관 지원 재단(Assist the Officer Foundation)’의 팟캐스트 ‘브리징 더 디바이드(Bridging the Divide)’에서 4월 사건을 회상하며 말했다. 수사관들은 용의자와 그가 같은 달 저지른 또 다른 치명적 총격 사건을 연결해냈다. 코모는 이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 예 중 하나라며, 차량 이미지의 선명도에 놀랐고 경찰이 사진을 바탕으로 어떻게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12피트 기둥에 설치되는 번호판 인식 카메라는 미전역의 경찰서에서 빠르게 표준 장비가 되고 있으며 달라스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달라스 모닝 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달라스 경찰은 도시 전역에 수백대의 카메라를 운영 중이다. 급속히 확산한 이 감시망은 수사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많은 사건에서 용의자 특정, 신속한 체포, 범죄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꼽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기술의 확산을 우려한다. 텍사스 주내 일부 도시·카운티는 이 기술을 제공하는 주요 민간업체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와의 계약을 종료하거나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역 의회는 기술의 활용도와 잠재적 위험을 두고 논쟁을 벌인 끝에 계약 종료 결정을 내렸다.
■플록 세이프티는 무엇인가
2017년 설립된 애틀랜타 기반의 플록 세이프티는 기술을 경찰뿐 아니라 주택 소유자 협회, 민간 기업에도 판매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집한 영상을 경찰에 공유한다. 공동 창업자 개릿 랭리(Garrett Langley)는 9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전역에 8만개 이상의 AI(인공지능) 기반 번호판 카메라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5,000개 경찰기관이 자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록은 자사의 기술을 ‘차량 지문(vehicle fingerprint)’ 시스템이라 부른다. 이 시스템은 번호판만 읽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제조사, 모델, 색상, 범퍼 스티커 또는 데칼(decals: 자동차에 붙히는 스티커) 등 외형적 특징을 분석해 카메라 네트워크 전반에서 차량을 추적한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임시 번호판이나 번호판이 없는 차량도 식별할 수 있으며 번호판 없이도 검색이 가능하고 분석된 이미지와 데이터베이스 속 차량을 대조해 수사 단서를 제공한다.
랭리는 인터뷰에서, 플록의 시스템이 매년 약 100만건의 범죄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10년 안에 전국 단위 카메라·드론 네트워크가 범죄를 거의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달라스에서는 경찰이 600대 이상의 번호판 인식 카메라에 접근할 수 있다.
달라스 시의회는 올해 5월 플록 세이프티와 3년간 57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승인했다. 이 중 390만달러 이상은 시 일반기금에서, 나머지는 텍사스 차량관리국(DMV)의 170만달러 보조금과 연방국토안보부(DHS)의 12만5,000달러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플록은 이 분야 유일한 업체가 아니다. 경쟁사로는 테이저 제작사이자 바디캠 초기 도입 기업인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의 액손(Axon) 엔터프라이즈, 그리고 미국 경찰 장비에 폭넓게 제품을 공급해온 시카고 기반 모토로라 솔루션스(Motorola Solutions)가 있다.
■사생활 침해·오용 가능성 우려
일부 비판자들은 플록과 유사 업체의 번호판 인식 기술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화된 이민 단속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플록은 6월 게시한 입장문에서 연방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할지 여부는 지역 경찰기관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등 시민단체는 이 기술이 명확한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적 사례들을 지적해 왔다. 올해 초 달라스 남서부 존슨 카운티에서는 쉐리프국 소속 한 경관이 임신중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여성을 찾는 과정에서 이 기술을 사용한 사례가 있다. 존슨 카운티 쉐리프국의 애덤 킹(Adam King) 쉐리프는 달라스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위험에 처했을 수 있는 여성을 찾기 위한 ‘안전 확인(welfare check)’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어떤 혐의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플록은 해당 사례에 대해 연방기관 공유 우려에 대한 답변에서 역시 이를 안전 확인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법원은 번호판 인식 기술의 사용을 대체로 인정해 왔다. 운전자가 공공도로에서 노출된 번호판에 대해 가지는 사생활 기대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버지니아주에서는 장기적 차량 이동 데이터를 저장하는 관행이 영장 없는 장기 추적과 같아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소송도 제기됐다.
해당 사건에서 햄프턴 로즈 지역 주민 2명은 노퍽 시정부를 상대로, 플록 카메라 네트워크를 통한 감시가 수정헌법 4조를 위반한 위헌적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버지니언-파일럿이 보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되는가이다. 달라스 경찰을 포함한 많은 경찰기관은 위치 정보를 정보공개 청구나 문의에 응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가 만든 크라우드소싱 웹사이트 ‘deflock.me’는 전세계 플록 카메라 위치를 지도화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5만8,000개 이상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버지니아 사건의 담당 판사는 이달 초 햄프턴 로즈 지역의 플록 카메라 600여대의 위치 목록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