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유엔사가 아닌 정부의 허가만으로 비무장지대(DMZ)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권의 법률안을 공개 지지하자,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가 “정전 협정은 구속력 있는 틀”이라며 사실상 반박했다. 진보 정부 때마다 DMZ 출입 허가 여부를 놓고 유엔사와 정부는 갈등을 빚었는데, 이런 마찰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과 관련한 입법 공청회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지금까지 분단 80년, 또 비무장지대가 생긴 지 72년 동안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영토 주권을 마땅히 행사해야 할 그 지역의 출입조차 통제당하는 이 현실을 보면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얼마 전에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백마고지 유해 발굴 현장에 가는 걸 불허 당했다”고 밝히며 “이런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의식”이라고도 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문이 무산된 건 정 장관이 처음 밝힌 것이다.
앞서 여권에선 8월 더불어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 등의 대표 발의로 DMZ 이용을 원활하게 하는 법안이 잇따라 제안됐다. 일부 법안에는 “통일부 장관은…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불구하고…출입 및 반입 등을 허가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정부 판단에 따라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를 건너뛰고 출입이나 반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된다. 유엔사는 즉각 반발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정전 관리 지역에 대한 민간·군사적 접근을 모두 규율하는 구속력 있는 틀로 남아있다”면서 “정전 체제의 집행 기관으로서 유엔사는 안전, 규정 준수 및 지역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확립된 절차에 따라 모든 출입 요청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의 출입 불허 역시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이란 설명으로, 여권이 예외를 적용하려 하는 정전 체제의 구속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