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3일 하루 만에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하며 종일 반발했지만,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멈춰 세우지는 못했다.
이날 처리된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있는 의원의 수가 본회의 의사정족수인 재적 의원 5분의 1(60명)이 되지 않을 경우 회의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교섭단체 대표 의원(원내대표)의 정족수 충족 요청을 받은 국회의장이 회의 중지를 선포하도록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5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놓고 본회의장을 비워두는 비효율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법안 발의를 추진했다. 개정안에는 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없을 경우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필리버스터로 인한 의장단의 과중한 업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날 운영위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회 독재의 진정한 완성형”이라며 “토론할 때 반대 의견을 주장하면 들어야 하는 사람은 찬성할 사람들인데, 너희가 주장했으니 주장한 사람이 들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법사위에서도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이 반대 토론을 신청해 “한마디로 필리버스터를 쉽게 중단하고, 필리버스터를 못 하게 하는 법안인데,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 좋은 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법안을 이렇게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연말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파괴법’을 (필리버스터 없이) 빨리 만들기 위해서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추미애 위원장 주도로 개정안을 예고 없이 기습 상정, 거수 표결했다. 이르면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맨 먼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법에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추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지난 1일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전체회의에 상정한 뒤 소위로 회부했다. 내란 및 외환죄에 관한 형사재판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어도 다른 재판과 달리 재판을 정지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사위 민주당 위원은 “야당 측에서 위헌을 주장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법과 ‘세트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고, 직접 수사하지 않거나 이미 다른 수사기관에 넘긴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됐다. 간첩죄 적용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