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2026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지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씻어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팀을 주관하는 KBO는 오는 1월 초, 원활한 대회 준비를 위해 대표팀이 유력한 선수들을 데리고 사이판 전지 훈련을 준비했다.
내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에서 총 29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KBO는 “시즌 전 개최대는 대회라는 특성을 고려해 선수들이 대회 시작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를 책임지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됐다. 2025시즌 우승팀 LG에서 가장 많은 8명의 선수가 참가하며, 준우승팀인 한화에서 6명이 참가한다. 이어서 KT에서 4명, 삼성에서는 3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SSG, NC, 두산이 2명으로 뒤를 잇는다. KIA, 키움에서는 각 1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하지만 이 명단에 롯데 선수들의 이름은 없다. 롯데는 한 명도 초대 받지 못했다.
최근 롯데는 대표팀에 꾸준히 2~3명 씩 보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투수 박세웅과 나균안, 외야수 윤동희가 발탁됐고, 2023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는 투수 최준용, 포수 손성빈, 외야수 윤동희가 합류한 바 있다. 2024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윤동희, 내야수 나승엽 등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11월 열린 체코, 일본과의 K-BASEBALL SERIES에서 롯데는 투수 최준용과 이민석, 그리고 상무 군 복무 중인 한동희가 차출된 바 있다. 하지만 WBC 사이판 1차 캠프 명단에는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윤동희는 대표팀 단골 멤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올해 허벅지 부상 등으로 결장한 시간이 상당했고 성적도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나승엽 고승민 등 롯데를 대표하는 젊은 자원들도 올해 성장통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했다. 투수 쪽에서는 불펜 자원 최준용이 그나마 대표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인데, 조심스럽게 관리가 필요한 자원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에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굴욕이다. 그만큼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치르는 경험은 돈을 주고도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사이판 WBC 1차 캠프 명단이 대표팀 명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상 등의 변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대표팀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대표팀 발탁으로 개인의 성장이 팀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롯데는 그 기회를 놓칠 위기다. 선수 개개인이 보여주지 못했기에 변명거리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2026시즌을 제 페이스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은 구단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면이다. 시즌 전 대표팀 합류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는 선수들이 종종 있기에 2026년 성적을 반드시 내야 하는 롯데로서는 변수를 최소화 한 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즉, 다르게 얘기하면 롯데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더 이상 변명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올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도 롯데는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손호영 손성빈 등 핵심 야수 자원들이 모두 합류했다. 대표팀 차출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년 스프링캠프도 온전한 선수단으로 떠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KBO는 “3일 WBCI에 예비 명단(Provisional Roster) 35인을 제출했으며, 명단은 조직위원회 지침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최종 명단 (Final Roster) 30인은 제출 기한인 2월 3일(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