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한·미가 협의 중인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농축우라늄을) 자체 생산하고 ‘5대5’로 동업하자고 했다”고 처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10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우라늄 등 핵연료를 어디서 수입하느냐’고 물어서 ‘러시아에서 30% 수입한다’고 하자 ‘(농축우라늄을 한국이)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업 제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등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정부가 미국에 강조해 온 맥락과도 연결된다.
다만 우라늄 농축에서 ‘5대5 동업’이란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이 농축 경험이 없는 만큼 미국 측이 기술과 인력, 설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뒤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내고 “한·미 간 5대5 협력 등은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바 있으나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건부 농축 권한 확대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자 이를 일단 진화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이날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노력을 묻는 질문이 나왔으나, 이 대통령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상황을 알아보고 판단하겠다”면서다.
이에 질문한 기자가 “북한 관영 매체 보도로도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며 억류 경위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는 그간 꾸준히 이들의 석방을 공개 요구해 왔으며, 유엔도 이들의 억류 사실을 수차례 확인했다.
북한은 2013~2017년 사이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씨와 한국 국적의 탈북민 3명 등 한국인 6명을 억류했다. 국군 포로 500여 명도 귀환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조정 가능성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또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야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 또는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체제 보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지 대한민국은 주요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군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도 “종북몰이 등의 정치적 소재가 될까 봐 걱정돼 차마 말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이 대통령은 “깔끔하게 해결된 게 아닌 건 분명하다”면서도 “이것도 또 하나의 과제로 안고 있으면서, 그거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연결해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이어지는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조정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재는 한국이 중·일 양측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군사적, 외교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어야 가능한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