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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보다 비싸다? 고환율 시대, 여행고수의 면세점 쇼핑 꿀팁

중앙일보

2025.12.03 12:00 2025.12.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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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신라면세점 주류 복합매장을 찾았다. 달러 강세로 면세품 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여전히 주류·화장품 등은 면세 쇼핑의 장점이 크다. 강정현 기자
‘좋은 물건’ 못지않게,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시장이 면세점이다. 요즘 면세 쇼핑의 재미가 시들어졌다고 한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추세가 길어지면서다. 면세점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므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면세품 값도 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외여행 가면서 면세점을 지나치는 건 현명한 여행법이 아니다. 고환율 시대에도 면세점에서 사야 이득인 물건이 아직도 꽤 있어서다. 면세점이 수시로 여는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잘 챙기면 ‘알뜰 쇼핑’도 가능하다. 고환율 시대의 면세 쇼핑 팁을 정리했다.

김영옥 기자


젠슨 황 위스키 면세점엔 널렸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고가의 술에 세금을 많이 붙이는 구조다. 위스키는 면세 쇼핑 가격 메리트가 가장 큰 품목이다. 사진은 신라면세점 주류 복합매장. 강정현 기자
고환율이 여행자에게 반드시 악재는 아니다. 값이 오른 만큼 면세점은 각종 할인 행사와 적립·쿠폰 이벤트에 사활을 건다. 지난달 27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 구역에 가보니 실제로 ‘화장품 최대 50% 할인’ ‘주류 최대 45%’ 등의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더 비싸네’라는 말이 나오는 와중에도 여행 고수는 반값 가까이 떨어진 특가 상품을 골라 담는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 ‘비행기 값 뽑는’ 효자 품목은 위스키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고가 주류에 세금을 더 매기는 구조여서 면세점의 위스키 가격 메리트는 압도적이다. 면세점의 위스키 가격은 시중가보다 50% 정도 싸다. 시중에서 60만~70만원대에 팔리는 중국 고급술 '마오타이(500㎖)'의 경우 지난 1일 롯데인터넷백화점에서 247.95달러(약 36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조니워커 블루’ ‘발렌타인 30년’ ‘로얄살루트 25년’ 같은 인기 위스키와 ‘파이퍼 하이직 레어’ 같은 고급 샴페인도 눈에 띄면 일단 질러야 하는 품목이다. 시중가보다 7만~10만원 정도 싸다.

일본 3대 위스키로 통하는 야마자키·하쿠슈·히비키는 내년 상반기 최대 20%의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당분간 면세점에서 보이면 일단 담아야 할 아이템 중 하나다. 백종현 기자
시중에선 동났지만, 면세점에선 판매 중인 제품도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른바 ‘깐부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준 선물이 일본 위스키 ‘하쿠슈 25년’이었다. 이날 이후 하쿠슈 전 품목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 지난달 27일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는 ‘하쿠슈 18년’ ‘하쿠슈 DR’ 등 하쿠슈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내년 1월 하쿠슈 25년산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3대 위스키로 통하는 ‘하쿠슈’ ‘히비키’ ‘야마자키’는 서둘러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품목이다. 이 세 브랜드를 거느린 산토리가 내년 4월부터 최대 20% 가격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향수는 인터넷에서

딥티크·바이레도 같은 고가의 니치 향수는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로 유명하다. 당연히 면세 표핑의 이득이 크다. 사진은 인천공항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매장. 사진 신세계면세점
면세 쇼핑 고수는 공항에서 발품을 팔기 전 인터넷 면세점부터 뒤진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나 정가는 같지만, 온라인에는 요일별 추가 할인, 마일리지 누적, 깜짝 특가, 제휴카드 할인 등 별별 혜택이 붙는다. 이런 혜택이 차곡차곡 쌓이면 가격 차이가 훅 벌어진다.

‘갈색 병’으로 유명한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세럼을 보자. 시중 백화점에선 75㎖ 한 병이 약 23만원인데,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선 제휴카드로 결제할 경우 100㎖ 두 개 세트가 154달러(약 22만5000원)이다. 하나 값으로 하나 더 건지는 셈이다.

향수도 면세점 ‘필수템’으로 꼽힌다. 딥티크, 바이레도, 조 말론처럼 일반 판매가가 20만~50만원대 이르는 고급 향수 브랜드도 면세점에서 사야 이득이다.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여서다. 현대인터넷면세점에서 펜할리곤스 ‘로드 조지(75㎖)'는 면세 할인, 결제 수단 할인 등을 적용하면 정가보다 약 39% 낮은 27만원대에 살 수 있다.

부티크와 패션 제품은 직접 보고 착용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면세점이 여전히 유리하다. 신라 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국내 면세점 유일의 샤넬 듀플렉스 매장, 아시아 유일의 다이슨 단독 면세 매장을 뒀다. 신세계면세점의 루이비통 듀플렉스 매장도 제2터미널에 있다.

면세 쇼핑도 타이밍이다. 5~8월, 11~2월에는 패션 브랜드가 대거 시즌 오프에 들어가 평소보다 큰 폭의 추가 할인을 기대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8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샤넬 듀플렉스 부티크를 열었다. 샤넬이 국내 공항에 처음 선보이는 복층 구조 매장이다. 사진 신라면세점



요즘엔 이런 게 뜬다

메디큐브의 뷰티 디바이스는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면세점 인기 아이템으로 뜨고 있다. 사진 신세계면세점
요즘은 기내와 호텔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휴대용 마사지기와 미용 기기를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운 메디큐브의 미용 기기 ‘에이지 알 부스터 프로(약 29만원)'는 MZ세대와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매출이 전년 대비 230% 늘었고, 월 판매량도 2800대에 이른다.

'풀리오'의 종아리 마사지기도 있다. 장거리 비행 필수템으로 입소문을 타, 한 달 평균 약 2000명이 사 간다. 안주연 신세계면세점 홍보팀장은 “K뷰티의 인기로 기초 화장품을 넘어 뷰티 디바이스까지 쇼핑 목록에 넣는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각 면세점의 단독 상품,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한정판 상품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면세점은 대만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과 협업해 ‘그랜드 리저브’ 2종을 출시했고, 신세계면세점도 ‘글렌알라키 싱글캐스크’ 2종을 단독 상품으로 내놓으며 면세점 구매 이유를 만들고 있다.

면세품 가격은 환율에 따라 날마다 달라지므로, 부지런히 들여다보는 게 최선이다. 인천공항을 이용한다면 ‘스마트 면세점’ 앱을 설치해보시라.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의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항공기 출발 30분 전까지 온라인으로 쇼핑한 뒤 공항 내 매장에서 바로 수령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 구역. 강정현 기자



백종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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