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이런 가혹한 이별이 있나. 불과 나흘 전 팬 페스티벌을 지배한 선수가 보상선수 지명과 함께 창원행을 통보받았다. 윤준혁(24)은 갑작스러운 이적에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KT 위즈 팬들을 향해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 3일 “FA 자격으로 KT로 이적한 최원준의 보상선수로 내야수 윤준혁을 지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선구안과 컨택 능력이 우수하고, 타구 스피드 등 파워도 준수해 좋은 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 주 포지션은 3루수이지만, 군 전역 후 유격수로도 꾸준히 기용됐고, 최근 외야수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했다. 공수주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윤준혁을 지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A등급 FA 최원준은 지난달 25일 NC를 떠나 KT와 4년 최대 48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보상 규정에 따르면 A등급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20인 보호 선수 외 1인과 전년도 선수 연봉의 200% 또는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KT 보호 선수 명단을 받은 NC는 미래가 창창한 군필 내야수 윤준혁과 보상금 8억 원을 택했다.
OSEN과 연락이 닿은 윤준혁은 “기사 나오기 1시간 전에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 않았는데 기사가 난 걸 보고 실감이 났다”라며 “사실 지금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한 팀에 계속 오래 있었다 보니 팀을 옮긴다는 현실이 적응이 잘 안 된다. KT 팬들에게 죄송한 게 가장 크다”라고 이적 소감을 전했다.
윤준혁은 20인 보호 선수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다. 그런데 NC가 자신을 지명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윤준혁은 “최원준 선배님이 A등급이라 우리 팀에 오셨을 때 보호 선수는 들지 못할 거 같았다. 그런데 지명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훨씬 많았을 텐데 내 가치를 알아봐주신 NC 구단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KT 팬들이 윤준혁의 이적에 유독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는 그가 지난달 29일 개최된 KT 팬 페스티벌에서 안현민과 함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Sea of Love’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하며 축제의 영웅이 됐기 때문. 팬들을 위해 속옷 차림도 불사했는데 이적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 찾아왔다.
윤준혁은 “보상선수 지명 발표 후 뮤직비디오 영상 댓글을 봤는데 많은 팬들이 ‘그렇게 춤추고 어딜 가냐’고 하시더라. 구단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촬영했는데 팀을 옮기게 돼 아쉽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충암고를 나온 윤준혁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4라운드 32순위로 뽑힌 6년차 내야수다. 기대와 달리 5년차였던 2024년이 돼서야 1군 데뷔가 성사됐고, 적은 기회 속 첫해 13경기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올해 28경기 타율 5푼9리(17타수 1안타) 1도루 4득점에 머물렀다.
[OSEN=수원, 김성락 기자] 10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KBO리그 10개 구단은 오는 18일까지 시범경기 10경기를 소화한다. 2025시즌 개막전은 오는 22일 개최된다. 개막전 매치업은 LG-롯데(서울 잠실구장), KIA-NC(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SSG-두산(인천 SSG랜더스필드), KT-한화(수원 KT위즈파크), 삼성-키움(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다.5회말 1사 2루 KT 윤준혁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03.10 / [email protected]
윤준혁은 지난 2022년 6월 현역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하필이면 강원도 철원 최전방으로 자대 배치가 되면서 여름이 유독 덥고, 겨울이 유독 춥다는 GOP 경계병 임무를 수행했다. 경력 단절에도 착실히 복귀를 준비하며 지난해 퓨처스리그 63경기 타율 3할4푼5리, 올해 62경기 타율 3할1푼8리로 활약하며 밝은 미래를 꿈꿨는데 그 꿈을 KT에서 실현할 수 없게 됐다.
윤준혁에게 보상선수 이적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전망. 다행히 NC에 친분이 있는 선수도 제법 있다. 윤준혁은 “중학교 1년 선배인 전루건 선배가 있고, 김휘집, 박시원과 친하다. 안 그래도 발표 후 (김)휘집이한테 바로 연락이 왔다”라며 “NC는 올해 5강에 들어간 팀이 아닌가. 내년에 팀이 우승을 할 수 있게끔 큰 기여를 해보고 싶다. NC의 V2 도전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2020년 입단 때부터 응원을 보낸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윤준혁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죄송하다. 처음 지명을 받은 팀에서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기대를 많이 하셨을 텐데 이렇게 떠나게 돼서 아쉽다. 특히 팬 페스티벌을 열심히 임했기에 더욱 그렇다”라며 “비록 다른 팀을 가게 됐지만, 멀리서도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