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을 이끌어온 송창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최근 사의를 밝혔다. 송 사장의 사임은 연말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기술 조직 재편 움직임과 맞물리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송 사장은 전날 포티투닷 임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정의선 회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현대차그룹 AVP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전했다.
송 사장은 “글로벌 오토메이커들이 수십조 원을 들여 실패했던 SDV,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밖에 남지 않은 자동차의 미래를 준비해왔다”며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 소프트웨어 DNA를 이식하고,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AI 디바이스를 만들겠다는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저를 버티게 한 것은 포티투닷 여러분의 열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출신인 송 사장은 NHN·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다가 2019년 퇴사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창업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20억원을 초기 투자했고, 이후 2022년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인수하면서 송 사장은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 전환을 주도해왔다. 포티투닷 투자·인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에 대한 비전에 정 회장과 송 사장의 뜻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송 사장의 퇴진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술 전략 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AVP 본부를 통해 자율주행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지만, 테슬라·메르세데스-벤츠 등 경쟁사에 비해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테슬라는 최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감독형 FSD’를 국내에 도입했고, 벤츠·BMW·혼다 등도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차에 적용하는 등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 인사를 앞둔 현대차그룹에선 당분간 내부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사장단 인사에 앞서 일부 주요 임원 인사를 조기에 실시해 조직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제네시스사업부장과 국내사업본부장 등 핵심 보직 임원이 이날 교체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이끌던 송민규 전 부사장 후임으로 이시혁 북미권역상품실장 전무가, 국내사업본부장에는 김승찬 국내판매사업부장이 각각 승진 발령됐다. 그룹 안팎에선 제네시스의 글로벌 전략 재정비, 국내 시장 내 전동화 전환 대응 등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