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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조사 40년…기후 변화 속 ‘지속가능한 콩’의 조건을 묻다 [쿠킹]

중앙일보

2025.12.03 21:21 2025.12.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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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대학 세스 네이브 교수. 그는 그의 연구가 '좋은 품질의 대두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오늘 아침 식탁에 올랐을 두부 한 모는 농부의 손에서 시작된다. 농부는 4~5월 씨를 뿌리고 10~11월 수확을 한다. 하지만 농부의 일은 파종과 수확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나은 품종을 고르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날씨와 토양을 지켜내는 일까지 모두 농부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매년 작황은 들쑥날쑥하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미국 농부들도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만, 그들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족농 중심의 농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사를 이어왔다. 대표적인 농법은 ‘보존경운’과 ‘무경운’이다. 밭을 최소한으로 갈아 토양 유기물을 지키고 침식을 줄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토양의 수분의 수분과 양분을 잡아주는 ‘피복작물’, 지력을 유지하는 ‘윤작’ 같은 농법도 더한다. 이른바 ‘자연에 가깝게’ 농사를 짓는 방법들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농가는 드론과 위성 이미지, 토양 센서 등을 활용한 정밀농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날씨·토양·작물 상태를 분석해 비료·물·농약을 필요한 만큼만 투입하는 ‘가변율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생산한 대두의 품질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미국 농부들은 미네소타대학에 대두의 품질조사연구를 맡겼다. 1986년에 시작해서 해마다 진행하는 이 연구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미국대두 작황보고회’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한해의 작황 보고회이기도 한 컨퍼런스에서 파종부터 수확, 재배면적과 생산량, 대두의 단백질과 오일 함량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유하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열린 25년 미국대두 작황보고회에서 미네소타대학 세스 네이브 교수가 올해 대두 품질조사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지난 11월 13일 열린 ‘2025 미국대두 작황보고회’에서도 어김없이 올해의 대두 품질이 발표됐다. 연구를 맡은 미네소타대학의 세스 네이브 교수는 “품질조사연구는 미국대두 구매자를 위한 분석이자, 좋은 품질의 대두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하는 일”이라면서 “같은 조사를 매해 진행함으로써 구매자에게 비교 가능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대두의 품질조사연구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40년의 데이터를 쌓아온 연구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컨퍼런스가 끝나고, 2006년부터 미국대두의 품질 연구를 담당해온 네이브 교수를 직접 만나 미국대두가 겪어온 변화와 대두 품질 연구의 중요성을 물어봤다.


Q : 40년 동안 미국대두 재배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재배지역에 변화가 있었다. 대두는 옥수수를 주로 재배하는 미국의 중서부지역, 즉 콘 벨트(Corn Belt)에서 많이 생산한다. 물론 재배 중심지는 여전히 중서부지역이지만, 콘 벨트 안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과 콩의 재배지가 가까웠다. 과거에 콩은 사료용으로 사용했고, 수출보다 국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대두유나 가축의 사료로 쓰는 대두박(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가공공장 역시 축산업과 가까운 곳에 생겼다.
다른 작물의 재배상황도 대두 재배지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 남동부는 면화 생산이 많던 곳이었는데, 면화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콩으로 대체가 됐다. 콩은 다른 작물과 같이 심기 좋은 장점을 갖고 있다. 공기 중의 질소(식물 성장에 도움을 준다)를 땅속에 공급하는 ‘질소고정’ 기능이 있어서다.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줘 다른 작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같은 땅에 농작물을 해마다 바꿔 심는 윤작(crop rotation)에 콩이 잘 쓰이는 이유다.
외부의 수요에 의해 재배지가 바뀌기도 했다. 콘 벨트의 북서부에 노스다코타주가 있다. 예전엔 축산업과 가까운 곳에서 콩을 재배했다고 앞서 말했는데, 노스다코타에는 축산업이 거의 없다. 밀과 보리, 그리고 사탕의 원료 중 하나인 사탕무(Sugar beet)를 생산하던 곳이다. 그러다 20~25년 전, 중국에서 미국산 콩 수요가 증가했고 중국 수출을 위해서 콩 재배가 시작됐다. 즉,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으로 인해 콩 재배가 일어난 지역이 노스다코타다.
※‘2025 미국대두 작황보고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대두 수입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Q : 재배지역이 바뀌는 데 있어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다른 요인은 기후다. 지난 40년의 연구결과를 보면 재배지역이 점차 북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300~400㎞ 혹은 600㎞까지도 북상한 것으로 보인다. 40년에 걸쳐 콩 생산의 중심지가 북쪽과 서쪽으로 옮겨갔고 재배 기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변하는 기후에 맞춰 다양한 품종들이 많이 나왔다.


Q : 품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요한 건 유전학적 요인이다. 품종이 단백질·오일 함량을 결정하는 기초다. 그 위에 재배지역, 농법 등이 영향을 미친다.


Q : 올해 품질 결과를 보면 단백질 33.8%, 오일 19.4%다. 10년 평균과 거의 비슷하다.
발표하는 값은 평균일 뿐이다. 품질조사는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한다. 구매자는 품질 특징을 보고 용도에 맞는 콩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올해는 지역별 단백질 분포가 예년과 달라 이례적이었다.

미국대두협회는 40년 동안 대두의 품질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이런 연구의 데이터들은 대두 품질을 예측하고 보다 관리하는데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Q :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역시 기후 때문인가.
주로 그렇다. 실제로 날씨는 콩의 단백질 함량이나 아미노산 분포에 영향을 준다. 길게는 환경이라고 하는 거대한 요인이 콩의 품질을 결정하고, 짧게는 한 해의 날씨가 단백질 레벨에 변동을 줄 수 있다.


Q : 콩이 잘 자라는 기후는 어떤 조건인가.
단 하나의 이상적 기후는 없다. 예를 들어 미국 북부는 생육기간이 짧아 수확량은 줄 수 있지만, 수확기 기후가 서늘해 품질에는 유리하다. 브라질 중부는 생육조건은 좋지만, 병충해와 장마로 품질관리가 까다롭다.


Q : 미국과 브라질이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두 지역의 차이는
콩의 기원지는 만주일대인데, 시간이 지나며 재배지역도 점점 확산했다. 이때 온대지역으로 확산이 됐다. 중국 북서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북부다. 실제로 온대지역은 콩이 잘 자라는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반면 브라질은 최근 새로운 생산지로 거듭났다. 온대지역으로 확산해온 역사와 비교하면, 브라질의 재배 환경은 이례적이다. 앞서 말했듯 살충제나 비료를 대량 투입해야 하고, 수확 후 건조도 쉽지 않다. 콩은 수확 후에 빠르게 건조해야 하는데, 열대지역에서는 쉽지 않다. 따라서 건조 과정에도 많은 인력이 들어간다.


Q : 올해 미국대두 생산량은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지속가능성이 작물 생산에도 효과를 내고 있나.
지속가능한 농법은 워낙 다양하다. 어떤 농법은 바로 효과를 내기도 하고, 어떤 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수확량이나 품질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환경에 좋은 농법도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시기를 규정하는 건 어렵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농법이 토양 내의 유기물질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유기물질은 여러 방면에 걸쳐 복합적인 효과를 낸다. 토양 침식을 막고 토양의 생태계를 강화해 땅을 비옥하게 하며 탄소 저장 능력도 높인다. 무엇보다 유기물질이 많으면 작물 생산도 훨씬 잘 된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 2025년 미국대두 생산량(9월 기준, 미국농무부)은 약 1억1,700만 톤으로 역대 세 번째로 높다. 작년과 비교하면 6% 감소했지만, 수확 면적 역시 7% 감소했다.


Q : 한 작물에 대한 장기 품질조사의 어떤 의미가 있나.
정부·공공 연구는 프로젝트가 자주 바뀌어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40년간 동일한 방법으로 누적된 데이터는 작은 변화도 포착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이 연구가 계속된 건 농부들의 꾸준한 지원 덕분이다. 미국 농부들은 이 연구를 ‘대두 수입국을 위한 서비스’라고 여긴다.

"대두 관련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연구자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세스 네이브 교수는 설명했다. 사진 미국대두협회


Q : 연구자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개인적으로 신이 났던 경험이 있다. 콩을 사용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 예로 양식업이 있다. 양식업에는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사료가 필요하다. 어류의 부산물로 어분(사료)을 만드는데, 어획량 감소 등의 문제로 대체할 재료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분의 단백질원을 대체할 대안으로 대두박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연구가 과학자들에게는 굉장히 신이 나고 가치 있다.
과학자라서 겪는 고충도 있다. 과학자들은 내일 당장에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꿈꾸지만, 변화는 시간이 걸리고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단백질 함량이 50%인 콩이 필요하다면? 지금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들여 사줄 바이어가 없다면 현실화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한 제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 이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느낀다.


Q : 마지막으로 기후변화가 콩 농사에 미칠 영향은.
기후변화는 재배지역을 바꾸고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콩은 생태계에서 ‘단백질의 출발점’ 같은 존재다. 동물단백질도 결국은 식물단백질에서 시작된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콩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25 미국대두 작황보고회U.S. Soy Buyers Outlook Conference)’
 지난 11월 13일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국대두 작황보고회. 사진 미국대두협회

11월 13일,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미국대두협회의 ‘미국대두 작황보고회(U.S. Soy Buyers Outlook Conference)’가 열렸다. 국내외의 대두 가공업체, 식품업체, 사료업체 그리고 대두유와 대두식품 바이어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대두의 작황과 그해의 기후와 품질, 앞으로의 시장 전망과 미국대두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작황 보고회’다. 콩을 수확하는 11월마다 꼭 열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 컨퍼런스의 첫 발표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장을 운영 중인 두 농부의 발표로 시작했다. 미국대두위원회(United Soybean Board)의 이사이자 미시시피주에서 6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매튜 게던과 오하이오대두협회(Ohio Soybean Council) 이사이며 오하이오주에서 4대째 농업을 이어온 농부 채드 워너다. 두 농부는 2025년의 대두 수확과 농장에서 실행 중인 지속가능한 농법에 관해 소개했다.

이어서 미국대두협회 동아시아 총괄이사 카를로스 살리나스가 세계 대두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분석했다. 또 스톤엑스의 수석 위험 관리 분석가 베번 에버렛은 전 세계 대두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고, 미네소타대학교 세스 네이브 교수는 2025년의 대두 작황과 품질 특성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마드리드공대 곤살로 마테오스 교수는 대두박 원산지의 중요성을, 미국대두협회 마리아 애드키슨 박사는 미국산 대두박의 품질 차별화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email protected]

황정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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