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조치 등 열악한 대내외 환경에서도 올해 한국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부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엔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유관기관장, 무역유공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1964년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기념으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무역의 날엔 탄핵(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계엄(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직접 시상하는 것이 관례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 달러로, 미국 관세 조치와 유가 하락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2022년(6287억 달러) 이후 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 시장도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구조를 벗어나 아세안, 유럽연합(EU) 등 지역으로 다변화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앞으로 역대 최대 수출을 넘어 산업혁신과 K-컬처를 토대로 우리 무역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수출 온기가 중소기업, 지역, 노동자 등으로 확산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한국 수출을 견인한 1689개 수출기업과 598명 무역진흥 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수여됐다. 우선 단일 법인이 달성한 수출실적이 특정 구간을 넘어설 때마다 수여하는 ‘수출의 탑’ 부문에선 SK하이닉스(350억불탑), 현대글로비스(60억불탑), HD현대삼호(40억불탑),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현대로템(20억불탑), 대한조선(9억불탑), 한미반도체(3억불탑), SM엔터테인먼트(1억불탑) 등이 수상했다.
무역 유공자 부문에선 정준철 현대자동차 부사장, 방태용부광금속 대표, 유완식 쎄믹스 대표, 이찬재 원일전선 대표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 부사장은 스마트 제조혁신 등 공급망 안정과 신공장 준공 등으로 대미 통상 협상력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방 대표는 고품질 필수 동관 개발과 공급으로 비철금속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외에 한국무역협회장 표창 80명에 대한 수여도 이어졌다.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승현 인팩코리아 회장은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8년 설립된 인팩코리아는 TV·스마트폰용 안테나 등을 국내·외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글로벌 정세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국가 간 경쟁과 통상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식품·화장품 등 한류 연계 소비재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을 개척해 한국 무역의 새로운 길을 여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