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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이 소비 진작했다는데…마트서 '플렉스'했다

중앙일보

2025.12.03 23:09 2025.12.0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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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연합뉴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소비쿠폰)을 발급한 이후 소비 심리가 개선하고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소상공인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 심리가 개선됐다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4일 소비쿠폰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1일 자정 1·2차 소비쿠폰이 소멸하면서 13조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 사업의 성과를 정리한 자리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성과 발표
민생회복 소비쿠폰 업종별 사용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온라인으로 치우쳤던 소비가 오프라인 골목 상권으로 많이 옮겨갔고, 경기가 회복·호전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소비쿠폰을 적극적으로 신청하고 사용해 주신 덕분에 소비쿠폰이 침체한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제시한 근거는 5가지다. 우선 카드사 매출액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을 시작한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6주 동안 카드사 매출액 분석 결과,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업종의 매출액이 지급 직전 2주 대비 평균 4.93%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금성 쿠폰이 일시적으로 특정 업종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내수 진작 효과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신용카드 결제액(108조9000억원)은 9월(113조6000억원) 대비 4.1%(4조7000억원) 감소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이후 기간벼 실사용 금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행안부는 또 소비쿠폰 덕분에 소비 심리가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112.4·11월)가 8년 만의 최고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90.7·11월)가 2023년 이후 최고치, 소상공인 경기체감지수(79.1·10월)가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심리 지표가 일부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소비쿠폰으로 인한 후유증”이라며 “근본적 체질 변화 없이 세금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면 인플레이션, 국가 채무 증가, 단기적 소비 증대 이후 소비 감소 등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소비쿠폰으로 음식점·마트서 ‘플렉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문. [연합뉴스]
행안부는 소비쿠폰 효과의 또 다른 근거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민간소비 증가율을 꼽았다. 소비쿠폰 지급 이후인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1.3%)이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국가데이터처는 지난달 27일 민간소비 증가율을 발표하면서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0.7%) 통계도 함께 발표했다. 3분기 소비 규모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으로 늘어난 소비분을 빼면 실제 지출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순기 실장은 “소비쿠폰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며 “내년 3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과일 매대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매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한편 정부는 2차례에 걸쳐 총 13조9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이중 신용·체크카드로 신청한 소비쿠폰을 분석한 결과, 지급한 9조668억원 중 99.8%인 9조461억원이 실제로 사용됐다. 업종별로 보면 대중음식점(40.3%·3조6419억원)에서 가장 많은 소비쿠폰을 사용했고, 마트·식료품(16.0%·1조4498억원), 편의점(10.8%·9744억원), 병원·약국(8.8%·7952억원) 순이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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