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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변호사 “러시아군에 납치된 아동 2명, 북한 송도원 수용소로 강제 이송”

중앙일보

2025.12.03 23:21 2025.12.0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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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납치한 어린이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이송한 정황이 공식 증언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카테리나 라셰프스카 우크라이나 지역인권단체 소속 변호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연방에 의한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 사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들고 있는 종이엔 납치된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카테리나 라셰프스카 우크라이나 지역인권단체 소속 변호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동부 점령지에서 러시아군에 납치된 어린이 최소 2명이 북한 송도원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증언했다고 4일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점령한 도네츠크 지역 출신의 미샤(12)와 크림반도 심페로폴 출신의 리자(16)가 고향에서 9000㎞ 떨어진 이곳으로 이송됐다고 했다. 이들은 수용소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파괴하라’는 교육을 받고, 1968년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에 가담했던 북측 군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사실상 반일·반미 성향의 시스템 속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셰프스카는 러시아가 운영 또는 연계하는 아동 재교육 시설이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 벨라루스, 북한 등지에 최소 165곳 존재한다고도 밝혔다. 이곳에서 러시아 군사화·사상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으로 지하철역 안 방공호에서 잠을 자는 한 우크라이나 어린이.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서 별도로 증언에 나선 나다니엘 레이먼드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인도주의연구소 사무국장은 현재 러시아가 구금 또는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아동 수를 최소 3만5000명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전쟁 아동’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확인된 러시아군 납치 아동은 1만9546명에 달한다. 다만 상당수가 러시아 가정에 강제입양되거나 군사화 시설로 이송되는 등 추적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크라이나 관리 사이에선 15만명~30만명, 키이우인디펜던트의 최근 조사에선 약 160만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현재 러시아 영토에 발이 묶인 상태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아동의 귀환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일 파리에서 ‘브링 키즈 백(Bring Kids Back·우크라 아동 귀환)’ 국제 이니셔티브에 따라 열린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지금까지 고국으로 돌아온 아동은 1859명에 불과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같은날 유엔 총회는 러시아가 불법으로 데려간 모든 우크라이나 아동을 즉시 무조건 송환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아동 강제이송 책임을 물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아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권리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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