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4일 예정됐던 지난해 남녀공학 전환 갈등의 흔적인 ‘래커칠’ 제거 행사를 안전상 우려로 연기했다. 3일 온라인 상에 학교를 상대로 한 칼부림 협박 글이 올라오면서다. 같은 날 학내 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계획한 학생들도 집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동덕여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최근 온라인상에 학교를 대상으로 한 위협성 글이 확인돼 현재 경찰과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라며 “행사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안전이 우려돼 부득이하게 일정을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동덕여대 칼부림 예고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는 신고를 접수해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신고된 글엔 영어로 ‘학교에 갈 준비가 됐다’는 문장과 가방에 넣은 칼을 찍은 사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학생 시위 때도 인터넷 협박글 및 외부인 침입 신고가 있었다.
앞서 동덕여대 측은 이날 오후 2시 학생과 교수, 직원이 함께 래커칠 흔적을 함께 지우며 화합을 도모하는 행사를 준비했으나 일단 연기했다. 현재도 동덕여대엔 교문 초입부터 대학 본관, 박물관 건물 등 곳곳엔 지난해 시위 당시 “공학 반대”, “입시 사기” 등 래커칠한 문구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같은 시각 동덕여대 중앙 동아리 연합 ‘민주없는 민주동덕’이 열기로 했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도 잠정 연기했다. 하지만 해당 동아리는 이날 공지를 통해 “학교 본부가 공학 전환 논의를 완전히 철회할 때까지 반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학교 점거 농성·래커칠 시위 등 내홍을 겪은 동덕여대는 약 1년 만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3일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이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교내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동덕여대 공론화위는 지난 6월부터 교원·학생·직원·동문이 추천한 12명으로 구성돼 공학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약 6개월 동안 숙의 기구 토론·타운홀 미팅·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거친 뒤 지난 2일 ‘공학 전환’을 학교에 권고했다. 모든 절차에서 공학전환 선호가 여대 유지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숙의 결과를 교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이번 결정에 학교 구성원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5일까지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조사’라는 제목의 학생 총투표를 한 뒤 투표 결과에 따라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