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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 줄이겠다”는 日 다카이치…자민 불만에도 ‘쓴잔’ 삼키는 까닭

중앙일보

2025.12.0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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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약속한 의원 수 10% 축소에 대해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의원은 전날 열린 자민당 의원 회의에서 의원 수 감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와야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회의에서 자신이 “졸속하고 난폭한 방법”이라고 비판한 사실을 밝히며 공개 비판했다. 그는 특히 다카이치 정권이 의원 수 감축을 위해 덧붙인 ‘문답무용(問答無用)’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 조항은 중의원 의원 수 감축을 위해 여야가 1년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소선거구와 비례구를 줄이도록 한 것으로, 이와야 의원은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동에 참석한 복수의 자민당 의원들은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이와야 의원의 100배는 있었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26일 일본 국회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아사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민당 의원들이 중의원 의원 감축에 대한 대응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자민당 정치제도개혁본부장에게 일임하기로 한 데 대해 “사실상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의원 배지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졸속 감축이란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쓴잔을 삼킨 데엔 또 다른 계산이 있다는 얘기다.

중의원 의원 수 감축은 당초 다카이치 총리의 공약 사안은 아니었다. 자민당이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소수여당으로 전락하면서 불거진 산물이나 마찬가지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감축을 약속한 것은 지난 10월의 일이다.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오랜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이 연정 이탈을 선언하자 다카이치 총리는 새 파트너로 강경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로 눈을 돌렸다. 정치개혁을 앞세워 의원 수 삭감을 요구해온 일본유신회가 연정 합의와 함께 의원 수 10%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465명에 달하는 중의원을 45석 이상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아사히는 “유신이 떠나면 다시 소수 여당에 빠지는 정치 상황에 있다”며 다카이치 정권이 의원을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최근 일부 의원을 영입하며 중의원에선 소수여당 신세에서 벗어났지만 참의원에선 여전히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일본유신회와의 갈등을 피해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민당이 일본유신회와 함께 5일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야당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1년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자동으로 의석을 줄이도록 한 부분이 화를 불렀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혼조 사토시(本庄知史) 정조회장은 지난 3일 회견을 열고 “여당의 일방적 제안”이라며 “1년이 지나면 (의원 수) 삭감이 발동한다는 것은 극히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 역시 “매우 난폭한 방식”이라며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는 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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