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 때문에"…美주방위군 총격사건 후 아프간인들 불안고조
환대에서 냉대 분위기…"한사람 때문에 모두를 처벌해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모든 아프간인이 걱정하고 있어요.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모두를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가 주방위군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 이후 미국 내 아프간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주방위군 총격 사건 이후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을 향한 환대는 냉대로 바뀌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이민 단속 조치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총격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를 무기한 중단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백만 명에 대해 이뤄진 입국 승인을 종료하겠다면서 "미국의 자산이 아니거나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모두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난 2021년 이후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 정부를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온 아프간인들 사이에서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오바이둘라 두라니도 그 중 한명이다. 2021년 이후 아프간인 약 4천명이 피닉스로 이주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으로부터 훈련받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카불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해 고국을 떠났다.
탈출 과정에서 아내와 생이별한 그는 미국에서 홀로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마존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안전함을 느끼면서 언젠가 가족이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던 그에게 이번 총격 사건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번 달 예정된 그와 아이들의 영주권 심사, 미국으로의 입국 절차가 중단된 그의 아내 등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그는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모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여기(미국)서 기여하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 이곳은 법과 민주주의의 나라고, 그 남자는 체포됐다"고 호소했다.
피닉스 공항에서 일하는 아프간인 미르와이스 다우드자이는 과거 자신에 대한 환대가 총격 사건 이후 냉대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여행객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미국에서 안전해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일부는 팁을 주기도 했지만, 총격 사건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강화 이후 적대감을 마주했다고 말했다.
다우드자이는 "이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나는 이 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모든 아프간인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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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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