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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소년에 뚫리는 모텔"…창원 칼부림 그곳, 2년전 경찰도 알았다

중앙일보

2025.12.03 23:46 2025.12.0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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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A씨(20대)가 모텔에 들어가기 직전 인근 마트에서 범행 도구로 사용된 흉기(빨간색 동그라미)를 구입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10대 남녀 중학생 3명이 흉기에 찔려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 경남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20대 남성이 모텔 객실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 4명을 낸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모텔 사건과 관련, 이 지역 숙박업소의 청소년 출입 문제에 대한 지적이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있었지만, 창원시 등 관계 기관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출입’ 2년 전 지적… 변화 없었다”

“합성동 일대 모텔에 청소년 출입이 통제되지 않아 범죄의 가능성이 크다.” 4일 창원시에 따르면 2023년 10월 10일 열린 창원시청에서 열린 ‘창원시 주민참여 자치경찰협의회’ 때 김유순 위원은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을 통해 범죄로 이어지지 않게 조치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학교 폭력 등 범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민관단체 관계자 등 23명이 참석한 회의였다.
2023년 10월 10일 창원시청 회의실에서 창원시와 경찰, 민간 전문가 등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참여 자치경찰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창원시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김유순 창원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이런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담 과정에서 ‘청소년에 뚫리는’ 모텔들이 합성동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곳에 청소년들이 모여 술을 먹으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가출청소년이 어른 눈을 피해 숨어드는 등 문제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당시 창원시 측은 “적극적인 범죄 예방을 통한 시민 불안감 해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민ㆍ관 기관과) 적극적인 협력ㆍ유대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바뀐 건 없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이 회의 이후에도 지자체ㆍ경찰과 접촉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합성동 모텔의 청소년 출입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늘 ‘일손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에도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경위 조사중이라 조심스럽지만 예방할 여지가 있었던 사건으로 보인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지 없이 모텔 들어선 중학생들

실제로 지난 3일 10대 중학생 4명은 제지 없이 사건이 일어난 모텔로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에 따르면 A(20대)는 이날 오후 2시45분쯤 모텔에 입실했다. 이후 오후 4시24분쯤 10대 여학생 2명이 A씨 객실로 올라갔다. 뒤이어 입실한 10대 남학생 2명의 출입 시간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해당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10대들은 모텔에 출입할 때 교복 차림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이 우려한 대로 이날 객실 안에선 음주가 있었고, 이후 A씨가 흉기를 휘두르며 4명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으로 번졌다.

모텔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남자(A씨) 혼자 왔다. 나중에 뭐…”라며 “나도 경찰이 와서 (상황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남학생들의 경우 폐쇄회로(CC)TV가 없고 객실과도 가까운 모텔 후문을 통해 들어선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김 소장은 “합성동은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깝고 극장가, 디스코팡팡 등 시설이 있어 가출ㆍ비행청소년이 몰리는 곳”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미성년자 출입에 대한 단속과 벌금 부과 등을 통해 거점이 되는 숙박업소부터 분위기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계단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이날 오후 해당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와 관련, 창원시 관계자는 “2023년 이후 합성동 숙박업소 98곳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이 진행돼왔다. 공무원이 숙박업소에 상주하며 감시하기는 어렵다”며 “사건이 일어난 모텔도 지난 3월 점검했지만 위법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합성동 일대 모텔 점검에 경찰 협조 및 인력 투입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또한 숙박업소 및 다중이용 시설을 대상으로 청소년 보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민주.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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