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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누크에 싣는 수소군용차량에 이동형 수소충전소까지...국제수소박람회 가보니

중앙일보

2025.12.0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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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4일 WHE 2025에서 공개한 수소 동력 경전술차량(ATV). 국방과학연구소의 지원으로 개발돼 현재 군에서 실증을 마쳤다. 김효성 기자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이하 WHE 2025)’. 관람객의 이목은 기아·현대로템이 공동개발한 수소 동력 경전술차량(ATV)에 쏠렸다.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400㎞를 갈 수 있으면서도 소음 없이 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ATV는 치누크헬기에 실릴 수도 있어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 기아 관계자는 “올해 5월까지 육군에서 시험운용한 결과 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11리터(L)급 차량용 수소엔진 ‘HX12’는 내연기관차에도 장착할 수 있는 구조로 주목받았다. 수소연료전지 형태가 아니라, 수소를 공기와 함께 6개의 실린더로 보내 연소시켜 동력을 일으키는 내연기관과 유사한 형태라서다. HX12는 35톤(t)급 굴착기, 대형 트랙터에 장착돼 내년 초 출시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적정한 구매 보조금이 책정되면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한 WHE 2025는 수소 부문의 글로벌 선두주자인 한국의 수소 기술과 상용화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국내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26개국에서 279개사가 참가해 수소 벨류체인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띈 건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부스를 차린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현대제철 등 7개 계열사와 통합 부스를 꾸리고 생산, 충전 및 저장, 모빌리티 등 수소산업 전반을 소개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4일 WHE 2025에서 공개한 11리터급 수소엔진 HX12. 내연기관과 유사한 형태로 내연차량의 구조적 변경 없이도 적용 및 생산이 가능하다. 김효성 기자

그중 현대차그룹의 방산 수소 부문은 군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수소 동력 전술차량은 소음이 적고 초장거리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현대화의 핵심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의 방산 수소 모빌리티는 이동형 수소 충전소와 수소 동력 전술 차량을 한데 묶은 게 특징이다. 전술차량이 작전을 수행할 때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마치 공중급유기처럼 따라붙어 적기에 연료를 공급해야 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기아 관계자는 “전술차량은 작전 중 고정형 수소충전소로 이동하기 어렵기에 이동형 충전소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5년 안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동력 차륜형 장갑차 등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4일 WHE 2025에서 공개한 이동형 수소충전소. 고정형과 같은 700bar의 충전압력으로 시간당 넥쏘 2대(충전량 4.5kg)를 충전할 수 있다. 대형 트랙터에 핵심장비를 싣고 이동하면서 충전하는 형태다. 김효성 기자

특히 이동형 수소 충전소는 군뿐만 아니라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를 대체할 수단으로 적합해 보였다. 고압형 이동형 수소 충전소는 트럭이나 대형 트레일러에 수소압축기·저장용기·냉각기·충전기 등 핵심설비를 탑재한 형태다. 고정형 수소 충전소와 같은 700bar의 충전압력으로 시간당 넥쏘 2대(대당 4.5㎏ 충전)를 충전할 수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수소 충전소(상업용)는 245기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수(226곳)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비수도권일수록 수소 충전소가 적은데 이를 이동형 충전소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전망이다. 다만, 수소 충전소는 안전규정(고정형으로 방호벽 등 필요)이 엄격하기 때문에 이동형 충전소가 도입되려면 규제 특례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4일 WHE 2025에서 공개한 수소동력 트랙터. 수소탱크 52리터짜리가 3개 달려 한번 충전시 4시간 동안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이 트랙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효성 기자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남권에 새로 짓겠다고 밝힌 PEM 수전해 플랜트의 밑그림도 공개됐다. PEM 수전해 플랜트는 ‘스택’이라는 전기분해 장치를 이용해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한 뒤 정제 과정을 고쳐 99.99%의 고순도 수소를 만들어낸다. 순도 98% 수준의 수소도 수소연료전지차의 고장을 유발하는 등 수소의 순도를 높이는 작업은 수소 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PEM 수전해 플랜트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는 공장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를 모으는 부생수소, 메탄가스를 활용한 그레이 수소보다 효율이 높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에 국내 첫 PEM 수전해 플랜트를 짓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국내 수소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국내 수소산업은 아직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지 않았기에 정부 지원금·보조금 없이는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 외에는 수소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이 적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에 뒤처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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