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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자만 더 부자됐다, 자산 양극화 심화…2030대 자산은 역주행

중앙일보

2025.12.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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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에 고가 부동산을 가진 가구는 더 부자가 됐고, 그렇지 못한 가구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자산ㆍ지역ㆍ세대 등을 막론하고 양극화는 커졌고, 소득 불평등 역시 3년 만에 다시 악화됐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5억6678만원으로 집계됐다. 4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강남권 아파트 단지 등이 보이고 있다. 뉴스1
4일 국가데이터처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요약한 결과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대비 4.9% 증가한 5억6678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9534만원)를 뺀 평균 순자산은 4억7144만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가계의 자산은 늘었지만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순자산(자산-부채) 보유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15억2085만원으로 하위 20%(1132만원)보다 15억953만원 많았다. 두 계층 간의 자산 격차는 2012년 관련 통계 작성후 최대다. 상위 20% 순자산은 1년 전보다 1억521만원(7.4%) 늘었는데, 하위 20%는 오히려 순자산이 67만원(5.5%)이 줄며 격차가 커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다보니 상위 20%(5분위)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34.4배로 벌어졌다. 지난해 조사에선 해당 배율은 118.1배였는데 1년 사이 16.3배포인트나 올라갔다. 수치가 클수록 계층 간 불평등이 커진다. 불평등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도 0.62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자산 격차는 부동산에서 커졌다. 상위 20%의 자산(부채 제외) 분포는 부동산이 76.7%(13억3828만원)로 가장 많다. 반면 1분위는 부동산이 26.6%(1033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순자산 1분위와 5분위의 자산 증감을 보면 5분위는 부동산이 대부분인 실물 자산이 전년보다 1억1275만원(8.8%) 늘었는데, 1분위는 37만원(2.6%)만 증가했다. 절대액수로만 보면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304배나 차이가 났다.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격차가 심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대별 자산 격차도 커졌다. 부동산 등 자산 형성이 힘든 39세 이하(청년층)의 평균 순자산은 2억19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0.9%(208만원)가 줄었다. 반면 40대(7.4%), 50대(7.9%), 60대 이상(3.2%) 등 나머지 세대는 모두 순자산이 늘었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50대(5억5161만원)는 전년보다 4030만원이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5억3591만원)과 청년층의 자산 격차도 2.4배로 전년(2.3배)에 비해 벌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수도권 가구의 평균 순자산(5억8832만원)과 비수도권 가구의 순자산(3억5720만원)의 격차도 1년 전보다 12.3%(2540만원) 불어난 2억3112만원으로 벌어졌다. 서울에만 집중된 집값 상승 영향으로 수도권 가구의 순자산은 6.3%(3510만원) 불었는데, 비수도권 가구는 2.8%(970만원)만 늘어난 영향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한정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조사 시점(올해 3월말) 이후 가팔라진 만큼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대출규제 등 환경 하에서는 소득은 높지만 자산 축적이 부족한 고소득ㆍ저자산 계층과 청년층이 불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해 주는 등의 정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산 격차를 좁힐 만한 소득 사다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소득은 7427만원으로 전년(7185만원) 보다 3.4% 증가했다. 2019년(1.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경기 부진 등으로 소득 증가율이 둔화됐는데, 그나마도 소득이 많은 계층에 소득 증가가 집중됐다. 소득 상위 20%(5분위) 소득은 1억7338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는데 하위 20%(1분위)는 3.1%, 하위 40%(2분위)는 2.1%만 증가했다.

연령별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공지능(AI) 도입과 경력직 선호로 고용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층 평균 소득은 6758만원으로 1.4%(95만원)만 증가했다. 반면 50대 소득은 9416만원으로 5.9%(526만원) 증가했다. 이밖에 40대(9333만원), 60대 이상(5767만원) 등도 소득 증가율이 각각 2.7%, 4.6%로 청년층보다 높았다.

그러다 보니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악화했다. 소득 상ㆍ하위 20%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계수도 5.78배로 전년(5.72배)보다 격차가 벌어졌고,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0.325(균등 처분가능소득 기준)로 전년 대비 0.002 증가했다.

한편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진 가운데, 가구당 부채는 증가했다. 올해 3월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전년(9128만원)보다 4.4% 늘었다. 부채액도 역대 최고인 데다, 증가율도 4.4%로 2021년(6.6%) 이후 가장 높다. 가구 부채는 지난해 조사 때는 감소했는데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ㆍ월셋값 상승이 부채액 상승에 영향을 줬다. 임차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해 부채로 잡히는 임대보증금이 2739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248만원)가 늘었다.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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