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이 정당성이 없다며 당원들이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으로 민주당은 오는 5일 예정대로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개정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민주당 당원 954명이 민주당을 상대로 낸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청구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대한 사법부의 관여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당헌 개정 절차를 추진하는 것이 객관적인 합리성과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현저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당원 측은 지난달 24일 “1인 1표제에 대한 논란이 많아 당내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당원 투표를 여론조사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등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남부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주장을 소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실시한 당원 투표에서 1인 1표제 안건에 전체 응답자의 86.8%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정 대표가 추진중인 1인 1표제는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내용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는 현재 20대1 수준이다. 이를 1대1로 맞춰 “당원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정 대표)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당헌의 ‘대표·최고위원 선출 등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이날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을 5일 중앙위원회에 부의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호남·강성 지지층의 영향력 강화 ▶영남 등 취약 지역 대표성 약화 ▶조직화된 집단에 의한 당내 선거 교란 가능성 등의 이유에서다. 당 일각에선 “정 대표 뜻대로 가면 당이 점점 개딸 등 강성 지지층에 잠식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지도부는 이날 당무위에서 ‘약세·전략 지역 가중치 부여’ 조항을 추가해 내용을 일부 보완했다. 다만, 가중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여할지는 당헌·당규에 담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사실상 정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재판부 결정이 나오며 민주당은 5일 오전 9시 예정대로 중앙위를 소집해 당헌 개정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1인 1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선거는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3인에 대한 보궐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