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극복과 관련해 “반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연대와 포용의 가치를 세워서 정의로운 통합을 이루어내고, 국민의 더 나은 삶을 향해서 함께 꿋꿋하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우리 정치권 모두가 이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시도록 당부드린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 대통령은 4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전날 12·3 비상계엄 1주년 행사와 관련해 “빛의 혁명의 주역인 우리 위대한 대한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억하고 기리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이른바 ‘K-민주주의’의 제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기념하고 법정공휴일로 만드는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국경일과 법정기념일, 법정공휴일이 다 다른 만큼 입법 과정을 꼼꼼히 챙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주권의 날’이란 명칭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더 좋은 명칭이 있는지 대국민 공모를 통해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경제 분야에선 국민 의사를 재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과 세부 지출 내역을 국민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군방첩사령부 등 계엄에 직접 관여했던 군 정보 기관에 대한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제도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미리 염두에 두라”고 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했던 ‘내란’이라는 단어는 이날 공개발언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합의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을 언급하며
“대승적으로 협력해 준 야당에 거듭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이후 사흘 간 거듭 강조했던 ‘내란 청산’ 대신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기억하는 기간이 끝났으니, 앞으로는 늘 그랬듯이 민생·경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경제 이슈에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 강화 등 수출시장 다변화가 정말로 중요하다”며 “수출 7000억 달러를 넘어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 마련을 위해서 각 부처들이 민관 차원의 견고한 협력 체계 구축을 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체감 물가가 높아지면서 민생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주요 민생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동원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무역의 날’을 맞아 제조업·수출 현장을 지켜 온 ‘산업 역군’ 9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도 “(대한민국 역량의) 근저는 역시 우리의 산업·경제 역량”이라며“여러분이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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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5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접견
이 대통령은 5일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일행을 만나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협력, 인프라 투자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과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미래성장 전략을 조언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손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를 살릴 방안을 묻자, 손 회장은 “첫째, 둘째,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며 초고속 통신망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온라인 게임 육성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AI 분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2022년 10월 한국을 찾았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만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