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中·佛 정상회담…시 "양국 관계 안정화 위해 노력 의향"
習 "가자지구 재건에 1억달러 지원"…우크라戰엔 원론적 입장 표명
마크롱 "불안한 지정학적 환경서 양국 협력 불가결"
시진핑 "함께 다자주의 실천"…마크롱 "하나의 중국 존중"(종합)
베이징서 中·佛 정상회담…시 "양국 관계 안정화 위해 노력 의향"
習 "가자지구 재건에 1억달러 지원"…우크라戰엔 원론적 입장 표명
마크롱 "불안한 지정학적 환경서 양국 협력 불가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양국 관계와 중국·유럽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며 다자주의를 함께 실천하자고 강조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면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유럽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AFP·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모든 간섭을 배제하고 중국과 프랑스 간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과 프랑스가 "책임 있는 독립·자주 대국으로, 세계의 다극화와 인류의 단결·협력을 추진하는 건설적인 힘"이라며 "양국은 책임을 보여주고 다자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어 역사의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프랑스와 함께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위해 새로운 기여를 하고자 한다"면서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양국은 전략적 안목과 독립성을 보여야 하며,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이해·지지를 통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프랑스가 "유엔 창립 회원국이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체계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라고도 언급했다.
양국 경제·무역 관계와 관련해 시 주석은 "중국은 우수한 품질의 프랑스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고자 하며, 더 많은 프랑스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한다"라며 "또한 프랑스가 중국 기업에 공정한 환경과 안정적 전망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관계와 관련해서는 "'디커플링'은 곧 스스로를 가두는 것을 의미하며, 보호주의는 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제무역 환경을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간에 "때때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화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준수하며 프랑스와 중국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해서 심화할 의향이 있다"면서 "세계 지정학적 환경이 불안정하고 다자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양국 협력은 더 중요하고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그는 또한 시 주석에게 "프랑스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은 내년에 주요 국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 불균형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G7 정상회의에 시 주석 초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과 EU 사이의 통상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EU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문제 삼아 지난해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지난 7월 유럽산 브랜디에 반덤핑 보복관세를 매겼다. 이어 9월에는 EU산 돼지고기에 임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도 중국과 EU 사이의 주요 쟁점이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가자지구 재건 등 주요 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이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결정적일 것이라면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전쟁의 영향을 받은 지역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속력 있는 평화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라며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며, 동시에 무책임한 책임 떠넘기기나 비방 행위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프랑스와 함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국은 팔레스타인에 1억달러(약 1천473억원)의 지원을 제공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고 복구·재건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항공우주, 원자력, 생태환경,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회담 후 관련 분야 12개 협력 문서 협정 서명식을 지켜봤다.
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인민대회당 베이다팅(北大廳)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브리지트 여사 환영 행사를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도착하자 의장병들이 도열해 예를 표했으며, 양국 정상이 사열대에 오르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서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안내로 중국 인민해방군(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분열식을 관람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극진한 대접에도 양국의 처한 상황에 한계가 있어 관세 철폐나 대규모 항공기 주문 등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프랑스가 기대하는 중국의 에어버스 500대 주문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보잉 항공기 구매 압박과 관련해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지기 어려우며,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프랑스산인 유럽산 브랜디에 중국이 반덤핑 관세 대신 요구하는 '최저 판매가'도 인상될 가능성이 작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은 재임 이후 네 번째로 2023년 4월 이후 약 2년여만이다. 이번 방중은 지난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오는 5일 쓰촨성 청두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