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직원 약 1000명, 정규직 통·번역사 약 250명(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쿠팡의 사무직 1만명 중 다국적 인재는 10%가 넘는다. 이들과 한국인 임직원이 언어장벽 없이 일하도록 쿠팡은 수백 명의 통·번역사까지 채용한다. 그간 쿠팡은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성장 비결 중 하나로 꼽아왔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위계와 서열, 언어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소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이 고객 정보 이용·관리 등에 대한 기본 규율조차 놓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인의 민감 정보를 처리하는 담당자 중 외국인이 있다는 사실에 반감을 가지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
자유로운 분위기, 독 됐나
4일 쿠팡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국(서울·판교) 외에 미국(마운틴뷰·시애틀·워싱턴D.C), 중국(베이징·선전·상하이), 인도(벵갈루루), 대만(타이베이),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0여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인종·성별·학력·연령에 관계없이 인재를 채용한다. 물류센터 등 자회사를 제외한 쿠팡의 직원 수는 약 1만 명, 이 중 10%가 외국 국적자다. 특히 정보기술(IT) 부문 인력 중 상당수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국적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쿠팡은 기존 한국 대기업과의 차별점을 앞세웠다. 업무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유연 근무,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재택근무, 넉넉한 연차 휴가 등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기업 문화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쿠팡이 한국인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 심하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외국인 임직원 중 국내 근무가 필요한 경우 주거 시설·자녀 학비 등 한국인 직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복지를 제공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어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책임감이 부족한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업무 능력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근무 윤리 등에 대한 교육은 소홀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를 대하는 기본적인 시각이 한국인 직원과 달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민감 정보, 외국인에게 맡겨도 될까
쿠팡은 직군별 외국인 임직원 비율과 국적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쿠팡의 근무하는 개발 인력 중 상당수가 중국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IT 기업은 고연봉을 약속하는 대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일하는 이른바 ‘996 근무’가 성행한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적정 처우를 보장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는 직장으로 쿠팡이 선택지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이 중국인 경력직 개발자를 채용하며 플랫폼 선발주자인 중국 알리바바나 징둥닷컴의 노하우를 습득했을 것이라고도 본다. 특히 징둥닷컴의 경우 쿠팡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직매입해 거점 지역마다 물류창고를 구축하고 하루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AI)으로 지역별 빅데이터를 분석해 예상 주문 상품을 미리 구비하는 방식으로 배송 속도를 높였다. 쿠팡이 지향하는 물류 자동화와 유사한 방식이다. 이번에 3770만 명의 쿠팡 고객 정보를 유출한 중국인 전 직원도 경력직 개발자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재직했던 회사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 러시아 등과 함께 국가 배후 사이버 침해 활동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라며“아무래도 중국 국적 직원에게 개발 상당 부분을 맡겼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IT 업계 관계자는 “국적에 관계없이 같은 연봉에 실력 있는 개발자를 찾다 보면 중국 인력을 많이 접촉하게 된다”며“유출자의 국적에 매몰되지 말고 인력을 관리하는 체계 자체가 허술했을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