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민간단체 인사 청탁을 논의해 물의를 빚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사퇴했다. 인사 청탁 문자는 그제 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온 문 의원이 김 비서관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교환하는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드러났다. 문 의원이 김 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홍성범 전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을 추천해 달라고 청탁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말문이 막힐 정도다. 문 의원이 “남국아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 줘”라고 하자 김 비서관은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랑 현지 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은 ‘원조 친이재명 그룹’으로 꼽히는 7인회 멤버다. 특히 이 대통령의 중앙대 후배라 복심으로 분류된다. 문 의원은 이 대통령이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교류했고, 김 비서관은 ‘대통령의 막냇동생’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이런 두 사람이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 사단법인 회장 인사에 간여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인사 청탁 경로로 김현지 실장이 언급된 점도 주목된다. 총무비서관으로서 인사를 담당하던 김 실장은 국민의힘이 국회 출석을 요구하자 갑자기 보직을 바꾼 뒤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문자 파동으로 ‘만사현통’ 의혹이 더 짙어졌다.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각각 대통령실과 민주당에서 중책을 맡은 두 사람이 김 실장을 지목한 대목이 심상치 않다.
연봉 2억여원의 민간 직위에까지 청탁이 오간다면 공공기관 인사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청탁이 오갔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파장이 커지자 김 비서관은 사퇴하고, 문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 송구하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짤막하게 사과했다. 민주당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문 의원에게 ‘엄중 경고’한 정도에 그쳤다.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또 다른 청탁 사례는 없는지 전면적이고도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우리 국민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고교 선후배가 주도한 12·3 비상계엄으로 충격을 받은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런 폐단을 고치겠다는 이재명 정부에서 출범 6개월 만에 학연을 앞세운 인사 개입 정황이 드러나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장악하고 사법부 독립성까지 흔들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여권이 엄중한 내부 통제에 실패한다면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