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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3.11%, 역대급 ‘불’영어…수능만점도 5명으로 반토막

중앙일보

2025.12.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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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국어·영어 영역 모두 까다로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 못 한 최상위권 응시자가 속출하면서 올해 정시 경쟁이 한층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 영어의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2018년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인 3.11%에 그쳤다. 전년도 수능(6.22%)의 절반 수준이다.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수험생(1만5114명)이 상대평가(1등급 4% 이내)인 국어(2만2235명), 수학(2만1797명)보다 적다. “올해 영어는 사상 최고 불수능”(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수시 최저를 못 맞춘 학생들이 정시에 몰려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이란 평이 나왔다.

김영옥 기자
수능을 출제한 평가원 측은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승걸 평가원장은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난이도를 목표로 했지만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현행 수능은 수험생 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영어·한국사를 절대평가로 치른다.

국어도 까다로웠다. 표준점수 최고점(147점)은 지난해(139점)에 비해 8점 올랐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쉬우면 하락한다. 올해 국어 만점자는 261명으로 작년(1055명)의 4분의 1에 그쳤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139점)은 전년(140점)보다 1점 낮아졌는데, 만점자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의대 합격 여부는 ‘수학 실수를 국어로 만회하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과탐) 대신 사회탐구(사탐)를 택하는 ‘사탐런’도 변수다. 올해 사탐을 한 과목 이상 응시한 수험생이 77.1%다. 사탐 9개 과목에서 2등급 이내 수험생이 작년보다 30% 늘었다.

우연철 소장은 “사탐이 전반적으로 어려워, ‘사탐런’을 한 학생 중 성적이 애매하다면 정시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탐 8개 과목의 2등급 이내 인원은 작년보다 25.3% 줄었다.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 68점을 받은 수험생(2580명)이 지난해(483명)의 5.3배에 달한다. 이만기 소장은 “너무 쉽게 출제된 지구과학Ⅰ 응시자가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5일 성적 통지표를 받는다. 정시 원서 접수는 29일부터 31일까지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에 적용되는 과탐 가산점, 일부 인문계의 사탐 가산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은 단순히 합산점수만 검토하는 게 아니라 지망 대학의 환산 점수에 따른 유불리를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나타난 이번 수능의 전 영역 만점자(5명)도 지난해(11명)의 절반에 그쳤다. 수능 만점자 중 재학생 4명은 각각 서울 광남고·세화고, 광주 서석고, 전주 한일고 학생이며 졸업생 1명은 서울과학고 출신이다. 광남고(일반고)와 세화고(자사고)는 지난해에도 재학생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다.

광남고는 자정까지 자율학습실을 개방하고 졸업생들이 후배를 지도하게 한다. 오후 4시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학원 수업 이후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배려한다.





김민상.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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