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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져서 더 부자됐다, 자산 양극화 역대 최대

중앙일보

2025.12.0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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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에 고가 부동산을 가진 가구는 더 부자가 됐고, 그렇지 못한 가구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 4일 국가데이터처·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요약한 결과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5억6678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9534만원)를 뺀 평균 순자산은 4억7144만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자산은 늘었지만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순자산(자산-부채) 보유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15억2085만원으로 하위 20%(1132만원)보다 15억953만원 많았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격차다. 상위 20% 순자산은 1년 전보다 1억521만원(7.4%) 늘었는데, 하위 20%는 오히려 순자산이 67만원(5.5%) 줄며 격차가 커졌다.

그러다 보니 상위 20%(5분위)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34.4배로 벌어졌다. 1년 사이 16.3포인트나 올라갔다. 순자산 지니계수도 0.625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두 지표 모두 수치가 클수록 계층 간 불평등이 커진다. 상위 10%(10분위)의 순자산이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6.1%로 전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높다.

정근영 디자이너
자산 격차는 부동산이 키웠다. 순자산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의 자산 증감을 보면 5분위는 부동산이 대부분인 실물 자산이 전년보다 1억1275만원(8.8%) 늘었는데, 1분위는 37만원(2.6%)만 증가했다. 부동산 등 자산 형성이 힘든 39세 이하(청년층)의 평균 순자산은 2억19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0.9%(208만원)가 줄었다. 반면에 40대(7.4%), 50대(7.9%), 60대 이상(3.2%) 등 나머지 세대는 모두 순자산이 늘었다. 서울에만 집중된 집값 상승 영향으로 수도권 가구의 평균 순자산(5억8832만원)과 비수도권 가구의 순자산(3억5720만원) 격차도 1년 전보다 12.3%(2540만원) 불어난 2억3112만원으로 벌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현재 대출규제 등 환경하에서는 소득은 높지만 자산 축적이 부족한 고소득·저자산 계층과 청년층이 불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해 주는 등의 정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산 격차를 좁힐 만한 소득 사다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가구의 평균 소득은 7427만원으로 전년(7185만원)보다 3.4% 증가했다. 2019년(1.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경기 부진 등의 영향이다. 이마저도 소득이 많은 계층에 소득 증가가 집중됐다. 소득 상위 20%(5분위)는 1억7338만원으로 전년 대비 소득이 4.4% 늘었는데 하위 20%(1분위)는 3.1%, 하위 40%(2분위)는 2.1%만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인공지능(AI) 도입과 경력직 선호로 고용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층 평균 소득은 6758만원으로 1.4%(95만원)만 증가했다. 반면에 50대 소득은 9416만원으로 5.9%(526만원)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도 2021년 이후 3년 만에 악화했다. 소득 상·하위 20%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계수도 5.78배로 전년(5.72배)보다 격차가 벌어졌고,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0.325(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로 전년 대비 0.002 증가했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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