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단계를 거쳐야 하는 ‘탈팡(쿠팡 탈퇴)’ 절차. 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쿠팡의 계정 탈퇴 경로가 과도하게 복잡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지에 대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퇴 수요가 커진 가운데, 쿠팡이 의도적으로 탈퇴 절차를 어렵게 만들어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방미통위 측은 이날 “쿠팡이 제공하는 탈퇴 경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의 해지권 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의 이런 해지 절차가 이용자에게 상당한 불편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및 시정명령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가입시 이메일·비밀번호·이름·휴대폰 번호만 필요한 것과 달리, 쿠팡 탈퇴 과정은 ‘미로 찾기’에 가깝다. 쿠팡 앱에선 메인 화면의 ‘개인정보’ 메뉴에 들어가 ‘설정→ 회원정보 수정→비밀번호 입력’ 단계를 거친 뒤 다시 PC 화면으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PC에서도 ‘마이쿠팡→ 개인정보 수정→비밀번호 입력→ 화면 하단의 회원 탈퇴 선택→비밀번호 재입력→이용 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을 완료해야 최종 탈퇴가 이뤄진다. 쿠팡 가입자인 이예린(38)씨는 “과정이 번거롭고 오래 걸려 아직 탈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중간에 포기했다” “부모님이 못 해서 대신 해드렸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게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표현을 담은 사과문을 게시할 전망이다. 쿠팡은 기존 공지와 사과문에서 ‘개인정보 노출’ 표현을 사용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현행법상 유출은 기업의 관리 부실 책임을 의미하지만, 노출은 기업의 통제권이 유지된 상태에서 우발적 공개를 뜻해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하다. 전날 개보위는 쿠팡에 “노출을 유출로 정정해 재통지하고, 7일 이내 조치 결과를 제출하라”고 의결했다. 다만 ‘늑장 대처’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쿠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앞서 두 차례 ‘노출을 유출로 정정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