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선 닷새째 개표…박빙 승부에 혼란 확산
선거 부정 의혹 비등…투표용지 260만장 중 일부 재검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가 득표율 1·2위 후보 간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양상 속에 개표 부정 의혹 주장으로 얼룩지고 있다.
아나 파올라 홀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 위원장은 대선 개표 닷새째인 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두 명의 대선 후보 간 근소한 표 차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개표 완료) 목표는 가까워졌으며,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다"라고 적었다.
인구 1천만명(유권자 650만명)의 온두라스에서 지난달 30일 시행된 대선은 41.4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온두라스 선관위는 밝혔다. 투표용지 수로 환산하면 약 260만장을 개표해야 하는 셈이다.
개표 사무에 무리가 갈 만한 규모는 아님에도 이번 온두라스 대선 당선인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늦게 가려지는 분위기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개표 공개 시스템은 여러 차례 장애를 일으켰다.
선관위 예비 결과 전송 시스템을 담당하는 업체는 자사 인프라에 비정상적 서비스 거부(DoS) 해킹 시도와 유사한 상황을 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세트 로페스 오소리오 온두라스 선관위원은 전날 엑스에 "관련 인프라 관리 업체가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선관위에 통보 없이 재차 대선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며 힐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미 개표된 투표용지 중 약 12%에서 실제 기표된 내용과 집계된 사항 사이의 '불일치'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일간 라프렌사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온두라스 선관위는 일부 재검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신 개표 결과에서는 팽팽한 접전 양상을 반영하는 재역전 상황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우파 성향 국민당의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67) 후보는 개표율 84.75% 기준 40.07% 득표율로, 중도 성향의 자유당 소속 살바도르 나스라야(72) 후보를 다시 앞질렀다.
석연치 않은 개표 공개 중단 사태가 거푸 이어지자 현지에서는 개표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개표 종반 다시 2위로 내려앉은 나스라야 후보는 자신의 엑스에 "4일 목요일 오전 3시 24분을 전후해 투표 데이터가 조작됐다"면서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온두라스 선거 부정 의혹 주장은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나왔다.
나스라야의 경쟁자인 아스푸라 후보를 공개적으로 미는 트럼프 미 대통령 지난 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통해 증거 없이 "온두라스가 (아스푸라 후보 낙선으로) 대선 결과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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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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