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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 대체 누구와 상의해요"…당서도 고립 '장동혁 마이웨이' [정치 비하인드]

중앙일보

2025.12.04 12:00 2025.12.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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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예고에 없던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와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돌출 발언, 그리고 지난 3일 계엄 사과 거부까지. 강성 보수 지지층에 몸을 실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마이웨이’가 그칠 줄 모른다.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 다음 날인 4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장 대표는 반공 이념과 기독교에 뿌리를 둔 보수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결국 간첩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입맛에 맞지 않는단 이유로 교회를 압수 수색하고 목회자를 구속하는 정권에 맞서 국민의 신앙 자유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강성일로인 장 대표의 행보에 그간 관망세였던 국민의힘 의원들마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가 대체 요즘 누구와 상의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냐”(다선 의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그간 여러 차례 장 대표에게 계엄 사과와 과거 절연을 당부했는데,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성 발언을 쏟아낸다. 이게 장 대표 개인의 신념인지, 아니면 장 대표를 움직이는 조언 그룹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계엄 1년이자 취임 100일인 3일 장 대표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의원들이 대다수다. 요즘 장 대표의 행보는 외딴 섬처럼 다수 의원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부터)과,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 그리고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장 대표의 행보와 발언에 영향을 주는 이들은 누굴까. 정치권에선 최측근 3인방을 거론한다. 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은 장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초선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치며 실무·전략에 잔뼈가 굵은 참모다. 여권 관계자는 “박 의원은 장 대표와 밀착해 대표의 구상을 완벽하게 소화한다”고 전했다.

사무총장인 재선 정희용 의원은 장외집회 등을 이끌며 장 대표의 ‘눈과 귀’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수도권 의원은 “장 대표에게 부족한 게 의원들과의 소통과 스킨십인데, 정 의원이 발로 뛰면서 메우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김·장 연대’란 말이 돌 정도로 장 대표와 관계가 깊다. 장 대표와 수시로 독대하며 강성 지지층의 여론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고 한다. 이들 외에 당 조직부총장인 강명구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인 서천호 의원도 주요 참모로 꼽힌다. 당 안팎에선 “당무감사위원장인 이호선 국민대 교수와 장 대표의 소통이 부쩍 늘었다”(지도부 인사)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장 대표의 강성 행보의 원인을 이들 측근에게 돌리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주변에서 어떤 조언을 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밀어붙이는, 일종의 ‘신념 리더십’이 가장 큰 원인”(영남 의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 대표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으로 적잖은 의원들이 강성 보수 유튜브를 거론한다.

실제 장 대표는 최근 고성국TV·이영풍TV 등 강성 유튜브에 잇따라 출연했다. “장 대표와 코드가 가장 일치하는 건 참모도 측근도 아닌 보수 유튜버”(초선 의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앞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107명 의원을 대표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의 마이웨이에 따른 균열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장 대표에게 지지율이 20%대인 한국갤럽 조사를 제시하며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로 제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갤럽 조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투톱’인 송언석 원내대표와도 계엄 사과 문제로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을 장 대표에게 보내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낼 것을 설득했으나 무산됐다고 한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3일 “소속 의원 107명을 대표해 사과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재선 의원은 “지도부에선 ‘조율했다’고 하지만, 같은 날 투톱이 ‘한 지붕 두 입장’을 낸 건 드문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장 대표가 초·재선 의원은 물론 일부 중진 의원과도 엇갈린 메시지를 내자 “위태롭게 고립된 모양새”(3선 의원)라는 반응이다. 3일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25명은 장 대표의 계엄 사과 거부에 반발해 대신 사과 메시지를 냈고, 과거 친윤 핵심이었던 5선 권영세 의원도 같은 날 공개 사과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당이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7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었던 일부 의원과도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말도 돈다. 영남 의원은 “예전에는 조언하면 일부라도 수용했던 장 대표가 최근엔 벽처럼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더라. 자연스레 연락을 줄이게 됐다”고 했다. 중진 의원은 “당내 우려를 외면하고 보수 유튜브나 아스팔트 우파에 의존했다가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황교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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