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 거래 선두 주자인 하나금융그룹이 암호화폐 1등 거래소 두나무와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실험이다. 서비스를 도입하면 송금 수수료가 크게 줄고 실시간 송금도 가능해 해외 송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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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두나무와 손잡고 블록체인 송금 추진
4일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프로세스 구축 ▶외국환 업무 전반의 신기술 도입 ▶하나머니 관련 서비스 고도화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해외 송금 서비스다. 그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확산하면, 전통 금융에서 해외 송금 등 외환 분야가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고, 해외로 빠르고 간편하게 돈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져서다. 하지만 전통 금융사인 하나금융이 암호화폐에 쓰인 블록체인 기술로 혁신적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이미 해외 주요 금융사들에게도 블록체인 송금은 새로운 혁신 기술로 주목받아왔다. JP모건·싱가포르개발은행·테마섹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최근 합작으로 핀테크 업체 파티오르를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인프라를 도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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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료 8000원→100원으로 ‘뚝’, 속도는 실시간
새로운 해외 송금 서비스는 송금 정보를 국제 금융 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가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해외 송금은 은행들이 스위프트를 이용해 송금 국가와 지점 정보 등을 보내면, 이를 받은 다른 은행이 해당 정보대로 송금 업무를 처리해 이뤄진다. 스위프트는 국제적으로 표준화 돼 있고 안전한 금융 통신 네트워크이지만, 수수료가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송금 정보를 전송하면, 안전할 뿐 아니라 수수료를 크게 줄이고, 속도도 더 높일 수 있다. 스위프트에서는 송금 정보 전송 비용인 전신료만 건당 800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송금 금액에 따른 추가 수수료까지 더해 통상 최종 수수료는 만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쓰면 전신료가 8000원에서 100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전신료가 거의 들지 않아 송금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송금 속도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해외 송금은 통상 1~5영업일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쓰면 송금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요즘 아주 빨라졌지만, 그래도 스위프트를 이용하면 송금 정보 전달하고 또 중간에 확인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국내에서 계좌 송금하는 속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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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하나금융 지점 간 송금에 우선 적용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블록체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내년 1분기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새로운 해외 송금은 일단 하나금융 국내 지점과 해외 지점 간 거래에만 먼저 적용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이 여전히 스위프트를 쓰고 있어 일단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해서다. 서비스 운영에 문제가 없으면, 향후 타 은행 간 송금에서도 새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앞둔 지금이 미래 금융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중요한 시점이다”라며 “이를 기회 삼아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앞선 기술력으로 경계 없는 확장을 도모하자는 데 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가 뜻을 함께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