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외교관의 손자 댄 고 "생활비 문제가 핵심…저출산 한국에도 시사점"
바이든 백악관·보스턴 시장실 근무…중간선거에 매사추세츠 6선거구 출마
"다양성이 미국의 힘"…레바논 혼혈 제주 고씨, 美하원의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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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송상호 특파원 = 댄 고(Dan Koh·40) 씨는 전형적인 지중해풍 중동인 외모다.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는 기초적인 인사말 정도다. 하지만 한국의 피가 절반 흐른다.
부친을 따라 제주 고(高)씨를 성(姓)으로 쓴다. 제주도 출신의 조부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미국에 정착한 부친과 레바논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럽인과 결혼했다. 아내의 가계도에는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가 섞여 있다. 5살과 2살인 두 자녀를 "German-Irish-Italian-Lebanese-Korean-Americans(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레바논·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부른다.
고 씨는 민주당 소속 보스턴 시장의 시장실과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하버드대를 나와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제6선거구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지난 2022년 도전했다가 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재도전한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 앉은 고 씨는 자신의 출신 배경과 같은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의 힘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경쟁자인 중국을 보자. 중국은 90%가 한족이다. 미국은 '소수로 구성된 다수'의 형태다. 그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을 여러 세대에 걸쳐 여기 있었던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열등하다고 말하는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을 갖고 있다"며 "'누가 미국인이고 아닌지'에 대한 위계질서를 만들기 시작하면 우리 나라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에 대해서도 "인종차별 집단에 던지는 미끼"였다면서 "유색 인종을 악마화하려는 시도였고, 한국인들을 하나의 예시로 사용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고 씨가 선거에 들고나온 캐치프레이즈는 '생활비 감당 문제'(Affordability)다. 최근 민주당이 가계의 고물가, 건강보험료 등의 이슈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는 구호이기도 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자 가정의 생활비를 올리고 있다"며 관세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임금 소득을 올려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2~3명의 아이를 둔 친구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의 구입비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지 매일 아침 고민하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본다"며 "저출산 현상을 겪는 한국도 같은 문제에 직면한 것 아닌가.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회에 진출할 경우 한미 동맹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묻자 그는 "동맹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며 "평양이 서울에 가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한국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대부분 "서울이 휴전선과 얼마나 가까운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리더십에 혼란(turmoil)이 있었다"며 1년 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한 뒤 "미국에도 (리더십의) 혼란이 있다. 혼란이 있을 때마다 동맹은 흔들린다"고 말했다.
고 씨는 한국에 직접적인 연고가 없지만,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는 예닐곱차례 가봤다면서 "한국 문화는 미국을 진정으로 특별하게 만드는 정신과 매우 유사하다. 우수함을 향한 거대한 추진력,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즐기는 문화, 가족에 대한 충성, 그리고 사회에서 받은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정신"을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배웠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