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 문자’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일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속상하고 힘들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 비서관은 5일 중앙일보에 “(제가) 다른 정치인들처럼 평소에 이권이나 조직 챙긴다고 인사에라도 막 개입하고 그랬으면 모르겠는데, 또 한번 세상 부패한 사람이 되었다”라고 했다. 본인이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인사 청탁 논란은 지난 2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 비서관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문 수석은 신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에 홍성범 전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을 추천하면서, 김 비서관에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KAMA는 민간단체로, 회장 연봉은 2억원대에 달한다.
논란이 커지자 김 비서관은 4일 대통령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텔레그램 대화에서 언급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 비서관으로부터 민간 협회장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나는 아주 유탄을 맞았다”며 “(김 비서관과)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도 설명했다. 다만 김 비서관의 사표 수리에 대해선 “서로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그러니까 이 자리가 어렵다. 언행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비서관 옹호에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에서 형, 형님, 누나,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선배 동료들을 살갑게 부르는 민주당의 일종의 언어 풍토”라며 “동료 후배 의원들도 저를 대부분 거의 ‘형님, 큰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해명했다. 이어 “적절치 못한 문자는 부적절했다고 진심으로 저도 사과한다”며 “문자를 받은 비서관은 사퇴했다. 책임진 김남국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강득구 의원도 “참 마음이 아프다. 세상이 그를 비난하지만, 저는 동지로서 그와 함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총공세를 폈다. 한동훈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를 비롯한 우리 당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별감찰관 임명을 끝까지 안 한 건 특별감찰관 임명만으로도 ‘V0’(김건희 여사)의 전횡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똑같이 되기 싫으면 즉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감찰 대상도 비서관까지 넓히라”고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언제부터 ‘인사청탁 창구’가 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했던 특별감찰관을 즉각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자리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당시 청와대와 마찰을 빚고 2016년 중도 사퇴한 이후 9년 간 공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권력은 권력을 가진 본인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받는 게 좋다”며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국회에 요청하라고 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이후 다섯 달이 지나도록 후보 추천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