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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약선박 2차공격’ 전범 논란 속 의회 보고…민주, 국방장관 탄핵 추진

중앙일보

2025.12.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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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브래들리 미국 해군 제독(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지난 9월 2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상대로 한 공격 상황을 브리핑한 뒤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군이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타격한 뒤 생존자에 ‘2차 공격’을 가한 것을 둘러싸고 전쟁범죄 논란이 확산되면서 당시 작전을 지휘한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이 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출석해 공격 상황을 비공개 브리핑했다.

브래들리 제독은 이날 댄 케인 합참 의장과 함께 연방 의회에 출석해 상·하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당시 해군의 작전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미군은 지난 9월 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격침했고, 2차 공격을 통해 선박 잔해에 매달려 있는 2명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전원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오면서 전범 논란이 일었다. 9월 2일 당시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해군 중장)으로 있던 브래들리 제독은 한 달 뒤인 10월 3일 대장으로 진급하며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에 임명됐다.



작전 지휘 브래들리 제독 “공격 정당”

브래들리 제독은 의회 보고에서 해당 공습 작전이 정당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의회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들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브래들리 제독이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전원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고를 받은 의원들에 따르면, 미군은 당시 첫 번째 공격으로 2발, 2차 공격으로 두 발 등 총 4발의 미사일을 쏴 배를 침몰시켰다.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는 당시 현장 상황이 찍힌 동영상도 상영됐다. 브래들리 제독과 케인 합참 의장의 보고를 접한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180도 상반됐다.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으로, 미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의심 선박이 미군의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후속 미사일 공격 당연”

여당인 공화당은 해군의 공격 결정을 옹호했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톰 코튼 공화당 의원(아칸소주)은 “9월 2일 발생한 공격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필요했다”고 말했다. 코튼 의원은 “영상에서 생존자 2명이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을 가득 실은 선박을 뒤집어 전투를 계속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며 “후속 미사일 공격은 군 지휘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원 정보위원장인 릭 크로포드 공화당 의원(아칸소주)도 “2차 공습은 정당했다”며 “국방부가 매우 전문적인 방식으로 공습을 수행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무장 생존자 2차 공격 불법”

민주당은 비무장 상태의 생존자에 대한 2차 공격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 의원(코네티컷주)은 “수년간 기밀 대테러·비밀 작전을 보고받아 왔지만 이번 영상은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라며 “극심한 곤경에 빠진 두 사람이 파괴된 선박에 있다 미국에 사살당했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 잭 리드 의원(로드아일랜드주)은 “이번 브리핑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활동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최악의 우려를 확인시켰다”면서 해당 영상을 대중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CNN은 국방부의 전쟁법 매뉴얼에서 난파선 선원을 ‘적대 행위를 삼가야 하며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난파선에 갇힌 사람들을 사살하는 것은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국방부는 생존자들이 여전히 ‘전투 중’이었다며 2차 공습이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헤그세스 전쟁범죄”…탄핵 추진

민주당은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슈리 타데나르 민주당 하원의원(미시간주)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무능하고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물러나야 한다”며 국방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3월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타격 당시 민간 채팅앱 ‘시그널’을 통해 작전정보를 관련 인사들과 공유한 것도 국방부 보안 규정을 위반한 탄핵 사유로 보고 있다.

전범 논란 와중에도 미군은 마약 밀수가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군사작전을 재개했다. 미군 남부사령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글을 통해 “헤그세스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제 해역에서 지정 테러 조직이 운용하던 선박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며 “선박에 있던 마약 테러리스트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미군의 카리브해·동태평양 일대 군사작전에 따른 사망자는 최소 87명으로 늘었다. 뉴스위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작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해상 작전을 재개해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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