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한국인 맞춤형’ AI(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특히, 일부 환자에 대해서는 유전체 정보를 토대로 미래 치매 발병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임상적 활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치매 코호트(특정 집단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인 ‘만성 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 참여자의 임상 및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한국인 맞춤형 치매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찾아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치매 예측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 인구에는 잘 맞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한국인 특유의 유전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유전체 칩(K-Chip)’을 이용해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을 실시했다.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은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유전 변이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 분석을 기반으로 6종의 AI 모델(RF, KNN, SVM, ANN, XGBoost, LightGBM)을 학습시켜,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 위험을 예측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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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유전체 분석해 치매 발병 예측
연구진은 한국인 674명(정상 81명, 경도인지장애 389명, 치매 204명)의 임상 및 유전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훈련한 뒤, 실제 치매로 전환된 사례와 비교하며 예측 정확도를 검증했다. 그 결과, XGBoost 모델이 예측 정확도(AUC) 최대 0.88(1에 가까울수록 정확한 예측)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와 함께 경도인지장애였던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AI 모델의 예측과 실제 치매 전환 여부를 비교했다. 환자 61명 중 14명은 2년의 추적관찰 기간 중 치매로 진행됐는데, 일부 알고리즘은 이를 100% 정확도로 식별했다. 또한, 환자 6명에 대해서는 모든 알고리즘이 동일하게 치매 전환을 예측했다.
김상철 국립보건연구원 헬스케어인공지능연구과장은 “일부 참여자의 경우에는 최대 100%까지 치매 전환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며 “AI 기반 예측 모델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도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실렸다.
질병청은 향후 국가 단위 AI 치매예측 플랫폼 구축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연구는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 유전체·뇌영상 등의 데이터를 통합한 인공지능 기반 조기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치매 예방 및 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