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고객들의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에 입점업체들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유통 채널인 만큼 발을 빼기가 쉽지 않아서다.
5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후 쿠팡을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일간활성이용자(DAU)는 사고 전주 대비 최대 4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2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DAU는 100만6995명이었지만, 2일에는 146만3713명을 기록해 사고 전주 대비 4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G마켓(지마켓)은 35%(125만113명→168만7679명), 11번가는 16.8%(136만1029명→158만9514명) 일 이용자 수가 늘었다.
쿠팡의 DAU는 정보 유출 피해 회원 규모가 3370만명이라는 게 알려진 지난달 29일 1625만1968명을 기록했다가, 다음날인 30일과 이달 1일 1745만5535명, 1798만8845명으로 약 14% 증가했다. 그러나 2일에는 1780만4511명으로 하루 만에 이용자 수가 약 18만명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 직후 정보 유출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개인정보를 수정하거나 계정을 탈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수 감소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지만, 쿠팡 입점업체들은 쉽사리 퇴점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생활용품, 잡화류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50대 성 모씨는 “사고 전과 비교할 때 쿠팡 매출은 약 20% 가량 줄었지만, 쿠팡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크다”며 “정산계좌 정보나 고객 주문정보가 노출됐을까 우려되지만 쿠팡에서 장사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 입점해 있는 김 모(33) 씨도 “당장은 쿠팡이츠에서 눈에 띄는 배달 건수 감소가 보이지 않고 있어 퇴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8개 카드사 결제금액에 따르면 올해 8월 쿠팡이츠의 서울 지역 결제액은 2113억원을 기록해 배달의민족(1605억원)을 앞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 2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네이버가 20.7%로 2위에 올랐고 G마켓·옥션(8%), SSG닷컴(3%) 순이었다. 쿠팡을 비롯해 지마켓, 11번가 등에 입점해있는 업체 대표 이준(40)씨는 “업체의 생활용품 매출 비중 40%는 쿠팡에서 나온다”며 “소비자들이 이미 쿠팡에 익숙해져 있다고 느낀다. (사태 해결 후)이용자 수가 다시 원복되거나 늘어날 것 같아, 퇴점을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쿠팡이 입점업체 및 소상공인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쿠팡 매출의 약 30%는 입점 소상공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쿠팡 고객들의 ‘탈팡’이 이어져 장기적으로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 측은 소상공인 등 셀러들의 데이터베이스(DB)와 개인 고객정보 DB가 분리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출된 정보로 주문 고객정보에까지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쿠팡은 지원 대책 마련을 최우선으로 보안 관리 체계를 원점 재검토하는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