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시민들과 만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해법으로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 경로다. 지방도 쪼개져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 전략인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이 큰 장애 요인이다. 잘될 듯하다 안 되고 될 듯하다 안 되고 그런다”며 “전국적으로 광역 통합 얘기는 많았는데 대구·경북과 부·울·경 통합은 잘 (추진이) 안되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지방에 미안하니 도와주자, 배려해주자는 차원이었는데 이제는 국가생존전략이 됐다”며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면 성장·발전이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제가 서울, 수도권의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며 “정말 제가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균형 발전은 정말로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는 참석자의 제안을 받자 현장에 함께 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한테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다가(곳에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해달라”고 당부하는 장면도 있었다. “크나 작으나 비리는 비리니까요”란 지적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방사청이 진행하는 7조 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과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방사청은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최종 사업계획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간 방사청은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2022~2023년 KDDX 설계 자료 등 군사기밀을 유출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문제 삼으며 경쟁입찰 또는 양사 공동설계를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 시작에 앞서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황명선, 이정문, 어기구, 복기왕, 이재관 의원 등 여당 충남권 의원들을 직접 호명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얼굴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단상 앞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기 우리 강훈식 비서실장도 왔다는 거 같던데, 안 왔느냐”며 “여기(참석자 명단에) 온다고 써놓아서”라고 강 비서실장에 대한 언급을 따로 꺼냈다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에서 3선을 한 강 실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물망에 꾸준히 올랐고,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전국적 폭설 상황을 언급하며 “눈 내리고 나면 지자체장들이 욕먹는 날”이라며 “김태흠 지사님은 어디(계시느냐), 욕 좀 덜 먹으셨느냐. 눈이 많이 안 왔어요? 다행입니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첫눈인 소설(小雪)이 내린 다음 날, 충남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 모였다”며 “오늘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충남이 첨단산업의 중심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