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의원수 10% 줄이기에 나섰다. 중의원(하원) 수를 45석 이상 줄여 정치 구조를 개혁하자는 이유에서다.
5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정권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는 중의원(하원) 의원수 삭감 법안을 국회에 공동 제출했다. 여야 합의를 거쳐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본은 의원 정수 자체를 대폭 줄이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법안 제출에 앞서 자민당은 이날 오전 자민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중의원 의원수 삭감 법안을 승인했다. 일부 의원은 이날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기존 465석의 중의원 수를 10%(45석 이상) 줄이는 이 법안은 여야 협의를 거쳐 선거 제도 검토를 통해 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엔 자동적으로 소선거구에서 25석을, 비례대표에서 20석을 줄인다는 ‘문답무용(問答無用)’ 조항을 더해, 합의 불발시에도 의원수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여당이 의원수 감축을 내세우고 나선 데엔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다. 의원을 줄여 국민 세금을 절감하고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대의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은 이 법안에 자민당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4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만해도 중의원 수 삭감은 자민당의 계획 속엔 존재하지 않았다. 의원 감축이 대표 공약이 된 것은 오랜 연립여당 파트너였던 공명당의 이탈이 불거지면서다.
다카이치 총리로선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소수여당’이라는 한계를 넘어야만 총리직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우군 확보에 나선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보수 성향의 유신회로 눈을 돌렸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정당인 유신회가 연립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의원수 삭감이다. 이른 바 ‘몸을 던지는 정치개혁’으로 국민에게 쇄신감을 주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장 유신회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 공동대표는 전날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 대표를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외국인 규제 등 ‘일본인 퍼스트’를 앞세워 최근 의석수를 크게 늘리고 있는 참정당은 민의 반영한 선거제로도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라면 협력은 가능하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줄일 경우 소규모 의석을 보유한 정당에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의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는 선거제 논의가 1년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의원수를 줄이도록 한 규정에 대해 “난폭한 방법”이라며 “민주주의의 부정”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TV아사히는 이번 법안 제출과 관련해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특별위원회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맡고 있어 실제로 의원 감축 논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정세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