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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근절, 통제 아닌 관리 가능한 시스템 유지가 효과적”

중앙일보

2025.12.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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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가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웃돈을 얹은 티켓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이른바 ‘암표 근절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체육시설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인 이 법안은 시장 교란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안전장치를 갖춘 플랫폼은 위축되고, 단속이 불가능한 음지로 거래가 이동해 오히려 사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차 티켓 거래 전문 플랫폼인 티켓베이는 최근 △거래 가격 상한(100만 원 미만) △판매 개수 제한(1차 예매처와 동일) △수사기관 요청 시 거래 정보 제공 등의 선제적인 자율규제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매크로·대리구매 등 암표의 근본적 원인 해결보다는, 거래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 온 플랫폼만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존 2차 거래 수요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경우 사기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소비자들은 “(티켓베이같은) 중개 플랫폼은 수수료가 들더라도 에스크로 시스템 덕분에 ‘먹튀’ 걱정은 없었다”, “플랫폼이 규제로 막히면 이제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엑스(X, 구 트위터)나 중고장터에서 사기를 당할 각오로 거래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국벤처창업학회의 2차 티켓 거래 플랫폼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제도권 플랫폼이 위축될 경우, 거래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적이 불가능한 SNS·해외 메신저 등 익명 채널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들 채널은 실명 인증과 배송 추적, 피해보상 제도가 없어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전 사기나 위조 티켓 판매가 발생해도 추적이나 구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사각지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암표 근절을 위해서는 시장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제도권 안에서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가격 상한제, 매수 제한 등의 업계 자율규제는 시장 내 과도한 프리미엄과 무제한 매집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제재와 병행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암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선적인 제재를 넘어선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적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벤처창업학회는 보고서에서 “매크로 차단 기술 고도화 및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1차 예매처(매크로 차단), 2차 플랫폼(투명한 유통), 기획사(수급 조절), 보안 벤더(기술 지원)가 참여하는 생태계 차원의 전방위적 공조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건전한 티켓 유통 문화의 안착을 위해 시장 참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한 ‘시스템적 해법’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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