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5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난도가 높아 체감 부담이 컸다는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능 출제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며 교육부도 평가원의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 이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비율이 낮아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평가원도 이날 “영어 영역 난이도와 관련해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 출제는 지문 구성, 문항의 난도 등에 대해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수차례에 걸친 검토와 수정·보완 등 여러 단계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출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며 “금번 영어 문항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출제와 검토 과정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는 성명을 내고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불공정한 정책의 실패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단협은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19.1%였다가 9월 모의평가에서는 4.5%로 낮아졌고 수능에서는 결국 3.11%로 곤두박질쳤다”며 “영어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로, 구조적 오류가 한계에 다다르며 현장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추상적인 조각 글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 역시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받은 수능 이의신청 675건 중 467건이 영어에 집중됐다.
‘불(火)수능’ 여파로 표준점수가 상승함에 따라 인문계·자연계 최상위 학과인 의예과와 경영학과 모두 전년보다 예상 합격선 점수가 올랐다. 이날 종로학원의 전국 주요 대학 지원 가능 점수 분석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 의대 예상 합격선은 전년 대비 8점 상승한 423점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경영학과 합격선도 전년보다 5점 올라 406점으로 예상된다. 메가스터디는 서울대 의예과와 경영학과의 합격선을 각각 422점과 399점으로 추정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불영어’로 영어 점수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에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면서 “영어 감점 정도가 정시 지원에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