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여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5일 파악됐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권과 법조계의 위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역시 수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위헌 소지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전담 재판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통령실 의견을 법사위에 전달하고 법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법사위가 내란전담재판부를 현재 진행 중인 피고인 1심 재판에도 적용하는 내용의 설치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는데, 해당 조항에 법조계의 우려가 모이자 용산이 여당에 재검토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전날 민주당에서는 ‘원조 친명’으로 불리는 김영진 의원이 “재판을 끊고 내란재판부로 데려와서 재판하는 게 타당한지, 재판의 실효적 진행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MBC 라디오와 인터뷰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전담재판부 구성에 참여하도록 한 조항을 두고도 문제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으로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위헌 소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민주당 법사위에서는 법원조직법상 대법관 추천위, 법관인사위에도 법무부 장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특정 사안을 직접 담당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데 법무부가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법사위가 ‘헌법재판소장’을 추천위 구성 주체로 넣었다가, 위헌 논란이 일자 ‘헌재 사무처장’으로 바꾼 것 역시 논란거리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다음주 의원총회를 거쳐 본회의 상정 전 법안을 한 차례 더 수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렇게 수정안을 만들 경우 상임위 심사 과정을 무시하고 ‘졸속 입법’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신중 검토에 힘을 싣는 ‘대통령실·원내지도부’ 와, 반대로 속도전을 주장하는 ‘법사위·당 지도부’로 구도가 양분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이날 오후 “내란 청산을 위해 당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김용민 의원), “확실한 내란 청산을 위해 당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이성윤 의원)는 페이스북 글을 잇달아 올렸다. 정청래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사법개혁 완수”를 공언한 데 적극 호응한 것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법사위 심사 중으로 이를 신속히 처리한다면 재판정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위헌 논쟁을 일축했다. 법사위는 이날 소위에서 헌재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헌재와 법원행정처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 다음 소위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의결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