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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권분립 사라질 것”이라는 법원의 경고

중앙일보

2025.12.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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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법, 법왜곡죄 법사위 통과



정권 입맛 맞는 판사로 사법부 재편 의도



민주당, 위헌성 다분한 입법 폭주 멈춰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두 법안은 단순한 정치 쟁점을 넘어 사법부의 독립과 존재 이유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어제(5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법원장들은 회의 후 보도자료를 내고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재판 지연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3일 국회 법사위에서 “87년 헌법 아래서 누려온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 처장은 “특정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적 법률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처분적 재판부 구성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선진 사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내란 사건만 담당하는 재판부를 정권이 설계하고, 인선에 개입하는 구조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민주당은 입법 명분으로 내란세력 단죄를 내세운다. ‘내란 종식’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 재판을 위해 헌법이 규정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허물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보면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 9명 중 3명씩을 헌법재판소와 법무부, 판사회의가 추천한다. 법무부 장관이 재판부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천 처장의 우려처럼 “수사권과 행정권이 사법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나아가 헌재의 추천은 해당 법의 위헌 심판을 맡게 될 수 있는 헌재가 재판부 구성 단계에서부터 ‘선수 겸 심판’이 되는 모순을 낳는다. 여기에 민주당은 내란·외환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더라도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고, 헌재는 제청 후 1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헌재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이것 역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특정 목적을 위해 될 때까지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입법 폭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민주당이 특별재판부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입맛에 맞는’ 판사를 골라 쓰겠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야권에서는 이 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를 바꾸기 위한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 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을 만들어 재판부를 교체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그다음엔 또 어떤 ‘특별재판부’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법왜곡죄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판·검사와 수사기관 종사자가 의도적으로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히 잘못 판단했을 때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여기에 민주당은 비(非)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관 인사권을 넘기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사법통제 시도일 뿐이다.

어제 법원장 회의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되면 국민에게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무리한 입법 시도를 멈추고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법부에 쌓인 불신을 걷어내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해결책 또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가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어렵게 지켜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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