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으로 꼽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입지가 심상찮다. 잇단 구설에 미 의회 조사 선상에 오른데다, 경질설까지 나돌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국적 마약 수송 의심 선박 생존자를 살해했다는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9월 2일 미군이 마약 수송 의심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구두 명령을 받고 1차 공격에서 생존한 2명을 제거하기 위해 2차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도법(IHL)에 따르면 전투 불능 상태의 대상에 대한 공격은 금지된다.
국내외에서 “미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미 의회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미 의회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미군의 베네수엘라 대상 군사 작전에 대한 조사 개시를 발표했다. 현재 미 의회는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군사위원회 역시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이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문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파텔 국장도 지난 10월 공무용 제트기를 여자친구인 알렉시스 윌킨스와의 데이트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하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의원은 파텔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비공식 여행에 대한 비용을 정부에 갚으라”고 요구했다. 또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정부 항공기 이용 관련 정보 공개도 요청했다.
파텔 국장이 전용기를 사적으로 이용한 시기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당시로 FBI 직원 대부분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였다. 또한 파텔 국장이 윌킨스 경호에 특수기동대(SWAT) 전술 요원을 투입한 사실도 알려지며 비판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보수 논객 층조차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불만을 토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둘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과 파텔 국장을 흔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을 꺾겠다는 노림수다. 임기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물가 상승,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설 등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최측근들을 ‘팽’ 할지, 한다면 언제할지, 그리고 이들의 대체재는 누가될지에 쏠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텔 국장 경질을 검토 중이란 내용도 벌써부터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보도채널 MS나우(옛 MS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 내로 파텔 국장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앤드루 베일리 FBI 부국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즉시 부인했으나 영국 텔레그래프는 “내각을 개편할 경우 파텔 국장이 가장 먼저 물러나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거취도 전과 비교해 불분명해진 것은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상 과정에서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이 부상하며 헤그세스 장관 존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JD 밴스 부통령과 예일대 로스쿨 동문이기도 한 드리스컬 육군장관은 러시아 측과 우크라이나 측을 오가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목하는 협상을 이끌며 능력을 보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드리스컬 육군장관이 헤그세스 장관 후임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